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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인 줄 알고 택시서 투신한 대학생…운전자들 무죄 확정

납치로 착각해 차문 열고 뛰어내려…뒤따르던 SUV에 치여 사망

납치인 줄 알고 택시서 투신한 대학생…운전자들 무죄 확정
사진=연합뉴스TV

[파이낸셜뉴스] 경북 포항에서 택시를 타고 가던 여대생이 뛰어내려 숨진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운전자들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학생 C씨는 지난 2022년 3월 A씨가 운행하는 택시에 탑승했다. C씨는 택시가 목적지와 다른 방향으로 향하자 "이쪽 길이 맞느냐", "내려주시면 안 되냐" 등이라 물었지만, A씨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과속 운전을 했다.

이에 C씨는 납치를 당한 것으로 착각해 달리던 택시에서 뛰어내렸다. C씨는 차도에 떨어졌고, 뒤따라 달리던 B씨의 SUV에 치여 숨졌다.

A씨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청력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C씨가 "D대학으로 가달라"고 했지만 잘못 알아들은 A씨는 "E대학 기숙사요?"라고 되물었고, C씨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네"라고 답해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않으면서 승객의 상태를 살피지 않고, 청력 관리를 소홀히 한 점 등을 들어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B씨에게는 제한속도가 시속 80km인 도로에서 시속 103.7km로 달리고 전방주시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가 적용됐다.

1심에 이어 2심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치료나 보청기 착용 등으로 청력을 정상상태로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목적지를 잘못 알아들은 점, 백색실선 구간에서 차로변경을 하고 제한속도를 초과한 점 등은 있지만, 해당 과실과 C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자신이 납치 등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착각했다고 하더라도, 당시 A씨는 택시를 운전하는 중이었고 피해자를 폭행·협박하는 등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이러한 경우 통상적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등 방법을 택할 것이지, 운행 중인 택시에서 뛰어내리는 극단적이고 위험한 방법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는 피해자의 목적지를 E대학 기숙사로 인식해 통상의 도로로 택시를 운행하고 있었다"며 "택시에서 피해자가 갑자기 뛰어내린다는 것은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B씨에 대해서는 "이 사고는 야간에 발생했고, 사고 장소에는 가로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며 "B씨가 검은색 상의를 입고 도로에 엎드린 채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이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