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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벌금형 받은 그들에게 황제노역 기회도 준다?

SG증권發 주가폭락 1심 선고 파장
징역 25년 벌금 1465억1000만원
노역 계산하면 일당 1억4651만원
액수 상관없이 최대 3년 상한선 둬
'하루에 5억씩 감액' 책정한 사례도

최근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1심 선고 이후 '황제노역'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경제범죄 액수에 상관없이, 벌금형을 대신하는 노역 기간의 상한선이 여전히 최대 3년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이런 한계가 고액 벌금형을 받은 이들에게 사실상 황제노역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현행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정도성 부장판사)는 최근 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주범으로 지목돼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호안투자컨설팅업체 대표 라덕연(44)씨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원1000만원, 추징금 추징금 1944억 8675만원을 선고했다. 라씨가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법에 의거해 1000일간 노역을 해야 한다. 다만 벌금액수를 노역 기간으로 나누면 라씨의 노역 일당은 하루 1억4651만원이 된다.

아직 1심 판결에 불과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황제노역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황제노역이란 고액의 벌금을 선고받고도 짧은 기간 노역으로 대신하는 것을 뜻한다. 법원은 벌금이나 과료를 선고할 때 이를 내지 않을 경우를 고려해 노역장 유치 기간도 함께 선고하는데, 노역의 하루 일당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나온 것이다.

실제 법원은 지난 2023년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막대한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특가법상 조세)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에 5년과 함께 벌금 180억675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가 벌금을 납입하지 않으면 1650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을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판시해 황제노역 논란이 일었다. 이보다 앞서 2014년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도 벌금 254억원을 선고받고 일당 5억원의 노역으로 갈음하려다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허 전 회장 사건 이후 노역장 유치 기간의 하한선을 규정한 법 개정이 이뤄졌으나 3년이라는 상한선은 여전히 유지돼 황제노역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형법 제69조에 따르면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한 자는 1일 이상 3년 이하, 과료를 납입하지 아니한 자는 1일 이상 30일 미만의 기간 노역장에 유치할 수 있다.

황제노역의 문제는 법의 형평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역 기간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벌금액이 커질수록 노역의 평균 일당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역 일당을 고려하면 재산이 있다고 해도 숨기고 벌금을 안 내는 식으로 버틸 수도 있다.

최근 5년간 법원에서 선고된 벌금형의 절반 이상이 노역장 유치로 대체됐다는 통계도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형벌의 실효성이 약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범죄 또한 대형화 돼 고액의 벌금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늘어 황제노역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현행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고액 벌금형 선고 사례가 증가하다 보니 하루 노역 일당이 수억원에 달하는 '황제노역'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노역의 최대 기간인 3년을 연장하거나, 벌금이 1000억 원을 초과할 경우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