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포로 중 한 명이 귀순 의사를 밝히자 우리 정부는 즉각 협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귀순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의 인도 요구 등 대외변수뿐 아니라, 과거 탈북어민 강제북송 근거가 됐던 현행법이 존치돼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일 외교가에 따르면, 우리 외교당국은 전날 공개된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북한군 포로의 귀순 의사가 알려지기 전에 우크라 측에 당사자의 요청을 전제로 '전원수용' 입장을 전달했다.
명목상 러시아군 소속인 북한군 포로의 귀순을 위해선 교전당사국인 우크라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기에, 우리 측에서 적극 설득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 전쟁 종전협상을 벌이는 터라, 합의될 경우 러우 간 포로 교환 협상 과정에서 러 측이 북한군 포로들을 자국 병사들이라며 송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이 때문에 우리 측은 과거 6·25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포로들이 북송되면 신변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여러 나라로 망명했던 사례를 고려하고 있다. 즉, 북한군을 러시아군 소속 포로가 아닌 북한 이탈 주민으로서 우리나라로 망명토록 한다는 것이다. 외교부가 우크라 측에 전달한 입장에서 "박해받을 위협이 있는 곳으로 송환돼선 안 된다"고 부각한 이유이다.
그러나 러우와의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돼 북한군 포로를 탈북민으로 여기게 된다고 하더라도 장애물은 또 있다.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한 탈북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법 9조 2항이 그것이다. 전쟁포로라는 점에서 살인행위를 했을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다. 과거 2019년 탈북어민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 법 조항을 근거로 북한으로 추방시킨 바 있다.
법원은 전날 탈북어민 사건에 대해 판결을 통해 북한 주민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니 전원 수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금 세웠다. 국민인 만큼 범죄자라도 국내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외교부가 우크라 측에 전한 입장에도 반영됐다.
다만 판례와 정부 입장에만 탈북민 전원수용이 적시됐을 뿐, 정작 문제의 탈북민법 9조 2항은 그대로이다. 윤석열 정부가 앞서 2023년 4월 법률 개정을 시도했지만,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돼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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