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쟁 3년째 소모전
트럼프 취임 직후부터 종전 압박
결국 우크라·유럽 빼고 협상 나서
25일 2차 만남, 동맹·우방국 관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오는 24일(현지시간) 발발 3주년을 맞는다.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 당사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을 배제시킨채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외무장관들이 참석한 고위급 협상을 시작하면서 전쟁이 끝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러-우크라 모두 사상자 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으로 인식되는 이번 우크라-러시아 전쟁은 3년전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이라는 명분으로 전면 침공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전쟁은2014년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합병하고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 일부를 러시아군과 친러시아 무장세력이 점령하면서 불씨가 됐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영토의 1%에 못미치는 3885㎢를 추가 점령하는데 그쳤으며 지난 8월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쿠르스크에 북한군까지 동원하고도 되찾지 못하고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쟁으로 사망한 러시아군인은 9만5000명이 넘으며 여기에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민병대원이 2만1000~2만35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로이드 오스틴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러시아군 전사자와 부상자가 합쳐서 약 70만명이라고 밝혔다. 볼리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6일 미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사망한 우크라이나군이 4만6000명 이상, 약 38만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으나 우크라이나의 종군기자 유리 부투소프는 지난 12월 전사자가 7만명, 실종자가 3만5000명이라고 추정했다.
러시아는 크름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그리고 일부 점령하고 있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독립국가로 우크라이나가 인정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문제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자주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무장 해제 이후 중립국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완전 철수와 1991년 국경선의 회복, 전쟁 피해 보상,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강제 러시아 이송을 이유로 푸틴 대통령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할 것을 요구했다.
■美-러, 우크라·EU 제외한 평화협상
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미국은 지난 18일 우크라이나와 EU국가들을 배제한 채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시작했다. 1차 협상은 시작됐지만 최종 결론까지는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일단 EU와 우크라이나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호세프 보렐 EU외교집행위원장은 EU가 빠진 합의는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미국 대사를 지냈으며 브루킹스연구소의 연구원인 스티븐 파이퍼는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서둘러 협상을 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곤경에 빠뜨리고 푸틴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 분열을 노리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트럼프의 행보를 1970년대 냉전시대 당시 중국과 옛 소련 관계의 분열을 노린 리처드 닉슨 행정부의 정책과 유사하다며 3년전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 무제한 우호적 관계를 선언한 것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로부터 손을 점차 떼고 러시아를 감싸기 시작하면서 유럽의 우방국들이 소외되기 시작했으며 이 같은 미국의 외교정책 변화는 중국과의 충돌시 필요한 미국의 아시아 우방국들을 당황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5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과 러시아 협상단이 다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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