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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동지가 원수로… AI 왕좌 노린 경쟁 치열해진다[글로벌리포트]

'오픈AI' 샘 올트먼 vs 'xAI' 일론 머스크
오픈 AI 공동 창립멤버로 활약한 머스크
이해충돌 문제로 이사직 사임·지분 처분
이후 '챗GPT'성공에 큰 충격 받기도
"비영리 설립취지 어겨" 손배소 청구 강수
트럼프 2기 AI 프로젝트에도 맹비난
올트먼 참여 몰라 퍼스트버디 체면 구긴 셈
10년간 자존심 싸움 벌여 온 두 사람
머스크표 생성형 AI '그록3' 공개엔
올트먼, 챗GPT 후속모델 출시 알려 맞불

어제의 동지가 원수로… AI 왕좌 노린 경쟁 치열해진다[글로벌리포트]

어제의 동지가 원수로… AI 왕좌 노린 경쟁 치열해진다[글로벌리포트]

트럼프 2기 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오픈AI 샘 올트먼 CEO가 그들을 하나로 묶어준 바로 그 것, 인공지능(AI)에 대한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해 숨 막히게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 올트먼은 자신이 참여한 트럼프 2기 정권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머스크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비밀리에 참여했고 머스크는 오픈AI 헐값 인수를 제안하면서 두 사람의 불화는 절정에 오른 상황이다. 현재 진행형인 옛 동지, 지금은 숙적인 두 사람의 핵폭탄 급 대결 결과가 주목된다.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싸움 결과에 따라 두 사람은 AI 패권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국의 AI기술 아젠다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쥘 수도 놓칠 수도 있다.

■참 잘 통했던 두 사람

머스크와 올트먼은 동지였다. 그들은 지난 2015년 오픈AI를 공동으로 창업한 멤버들이다. 자라온 배경이나 성격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올트먼과 머스크는 매우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권력욕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평가다.

올트먼은 한때 머스크를 영웅으로 여겼다. 올트먼이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와이콤비네이터 CEO로 일할 당시 올트먼은 머스크를 영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와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는 전언이다.

10년 전인 지난 2015년 초, 머스크와 올트먼은 매주 수요일 베이 에어리어(실리콘밸리)에서 정기적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둘의 대화는 비관적인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세상이 어떻게 끝날지, 어떻게 대비할지, 어디로 피난해야 할지 등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뤘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AI에 대한 얘기를 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AI가 인간보다 더 똑똑하며 인간이 AI를 통제할 수 없는 가능성도 있다고 동의했다.

그해 5월, 올트먼은 머스크에게 인간의 지능에 맘먹는 똑똑한 범용 인공지능(AGI)을 개발하기 위해 머스크에 '맨해튼 프로젝트'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들은 당시 이 분야에서 앞섰던 구글에 대항하고 싶었다. 그해 연말 머스크와 알트먼은 10억 달러(약 1조4385억원)를 펀딩받아 비영리 AI 연구소인 오픈AI를 설립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머스크는 오픈AI에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머스크와 알트먼은 공동 의장으로 오픈AI를 이끌기로 힘을 합쳤다. 이후에도 그들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과 토론을 하며 서로의 생각이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2018년에 완전히 돌아서

그들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부터다. 비영리 법인인 오픈AI가 AI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훨씬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다. WSJ가 법원 문서를 확인한 것에 따르면 당시 오픈AI 경영진은 오픈AI를 영리법인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그들은 오픈AI의 영리법인화를 어떻게 진행할지 합의하지 못했다. 당시 머스크는 오픈AI의 지분 50% 이상을 요구했고 동시에 CEO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오픈AI의 또 다른 공동 설립자인 그레그 브록먼과 일리아 수츠케버는 머스크가 아닌 올트먼을 지지했다. 올트먼측이 머스크를 배제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본격화됐다. 올트먼은 브록먼을 설득, 머스크 대신 자신을 지지하도록 만들었다. 브록먼은 수츠케버의 마음을 돌려 역시 올트먼을 지지하도록 했다.

브록먼과 수츠케버는 머스크에게 바로 e메일을 보냈다. 그들은 AGI의 위험성을 막기 위해 설립된 오픈AI가 머스크의 선택에 따라 머스크가 독재자가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나쁜 생각이라고 썼다. 이에 격분한 머스크는 오픈AI를 떠났고 올트먼이 오픈AI를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머스크가 지난 2018년 오픈AI를 떠난 후 둘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됐다. 머스크가 떠난 후 올트먼은 오픈AI를 AI 연구에 집중하도록 다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2022년 11월 30일, 챗GPT를 내놓는다. 챗GPT는 아이폰과 페이스북 만큼 가장 성공적이고 혁신적인 제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트럼프 등에 올라탄 머스크

자신이 주도적으로 설립했던 오픈AI가 챗GPT로 AI가 주류가 된 것에 머스크는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머스크는 자신이 그 주류에 속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이후 그는 오픈AI가 AI의 안전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이후 머스크는 자신의 영리 목적의 오픈 소스 인공지능 회사인 xAI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당시 xAI의 AI 기술과 영향력은 오픈AI에 훨씬 뒤처졌다. 올트먼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되기를 바랐던 머스크는 올트먼에게 성가신 존재에 불과했다. 이런 불만으로 머스크는 "올트먼이 오픈AI의 설립 취지인 공익을 우선시한다는 원래의 합의를 위반했다"며 지난해 2월 소송을 제기했다. 머스크의 변호사는 "올트먼의 배신과 속임수는 셰익스피어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억 달러 이상을 기부하는 등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올트먼은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과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서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지지자였던 올트먼은 한때 트럼프의 원칙이 "미국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라고 말하는 등 대표적인 반 트럼프 인사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오픈AI가 트럼프나 트럼프 측근 그룹과 연줄이 없었던 점도 올트먼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트럼프 측과 관계 개선을 시도한 올트먼은 좌절하게 된다. 머스크가 그것을 중간에서 막았기 때문이다.

■올트먼의 반격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올트먼은 우회로를 찾기 시작한다. 지난해 12월 오픈AI와 국방 스타트업 안두릴과 기술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안두릴의 공동 설립자인 팔머 러키는 기술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트럼프 지지자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곧이어 올트먼은 트럼프 2기 정권 인수위원회 공동 의장(현 상무부 장관)인 하워드 러트닉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올트먼은 오픈AI가 미국에서 자사 데이터 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며 이를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트먼은 이 계획을 트럼프 2기 정권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만들자고 러트닉에게 제안했다. 동시에 올트먼은 소프트뱅크라는 투자 파트너도 찾았다. Y컴비네이터 CEO 때 연을 맺었던 소프트뱅크였다. 손정의 회장은 올트먼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 12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골프를 치면서 미국 인프라 프로젝트에 1000억 달러(약 143조 85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귀띔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미리 공개한 것이었다. 이후 올트먼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더 자세히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수년 전부터 우호적인 관계에 있었던 손 회장 덕분으로 올트먼은 머스크를 거치지 않고 바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임기 동안 오픈AI를 비롯한 IT 기업들이 5000억 달러(719조 2500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을 매우 흡족해다고 WSJ은 설명했다. 5000억 달러 투자는 엄청난 리스크가 있는 투자금액이었지만 올트먼은 머스크를 놀라게 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화난 머스크 오픈AI 헐값 인수 제안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머스크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공식 발표된 후 불같이 화를 냈다. 또 그는 오픈AI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투자할 만한 자금이 없다고 주장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가짜'라고 부를 정도였다. 올트먼에 크게 당한 머스크는 이에 오픈AI 인수 계획을 추진한다. 머스크의 측근들은 오픈AI 인수를 위한 잠재적 투자자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투자자들에게 원초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 메시지는 "샘 올트먼과 전쟁을 시작하자"였다. 머스크가 올트먼에 대한 적개심이 얼마나 더 커졌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머스크는 기업가치가 3400억 달러(약 494조 원)로 평가받고 있는 오픈AI를 단돈 970억 달러(약 139조 5345억 원)로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올트먼이 미국에 없을 때 갑작스럽게 했다. 제안 당시 올트먼은 파리 AI 정상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허를 찔린 셈이다. 그렇지만 머스크는 곧 바로 반격을 했다. 머스크의 인수 제안과과 관련, 올트먼은 "사양한다. 원한다면 97억 4000만 달러(약 14조 110억 원)에 트위터를 사겠다"라고 맞받아쳤다. 97억4000만 달러는 머스크가 지난 2022년에 트위터(현 X)를 인수했을 당시 머스크가 동원한 자금 440억 달러(약 63조 2940억 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그록3 vs GPT-4.5·GPT-5

최근 오픈AI 인수를 놓고 난타전을 벌인 두 사람은 최신 AI 모델을 각각 선보이며 자존심을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양사의 역량이 집중된 최신 AI 모델로 진검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머스크는 최신 버전 챗봇 '그록(Grok)3'를 공개했다. xAI는 그록3가 수학을 비롯한 과학, 코딩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오픈AI의 AI 모델 'GPT-4o(오)'를 앞섰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이날 발표회에 직접 등장해 마치 올트먼이 들으라는 것 처럼 "그록3가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AI"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xAI가 추론 모델인 그록3 추론 모델이 오픈AI의 o3-미니 시리즈 중 가장 성능이 높은 모델을 여러 주요 벤치마크에서 능가했다고 강조했다.

올트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머스크가 그록3를 공개한 바로 다음날 오픈AI가 곧 공개할 GPT-4.5에 대한 장점을 소개했다. 그록3에 견제구를 던진 것이다. 그는 "현재 테스트중인 GPT-4.5가 생각보다 AGI에 더 가깝다는 평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오픈AI는 GPT-4.5를 늦어도 이달 28일 이전 까지 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GPT-5는 오는 5월에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 IT 매체 더버지는 "오픈AI의 파트너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GPT-4.5와 GPT-5 모델을 지원하기 위한 서버 인프라를 준비 중이다"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MS는 오픈AI의 새로운 AI 모델에 대한 서비스를 조만간 제공할 예정이다.

theveryfirst@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