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젤렌스키 대통령, 러시아 침공 3주년 앞두고 연설
트럼프의 독재자 비난에 "나토 가입하면 즉시 사임 가능"
미국의 광물 요구에 협상중이라고 밝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위해 단상에 올라가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3주년을 앞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성사된다면 물러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침공 3주년을 하루 앞둔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에 평화가 온다면, 내가 정말 이 자리에서 떠나기를 바란다면 나는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건이 즉시 제공된다면 나토와 그것(대통령직)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2019년에 취임한 젤렌스키의 대통령 임기는 지난해 5월 20일로 종료되었으나 우크라 정부는 전쟁 계엄령을 이유로 선거를 연기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젤렌스키가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친(親)러시아 성향을 드러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소셜미디어에 러시아의 주장을 반복하면서 젤렌스키가 “독재자”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는 이에 대해 "진짜 독재자였다면 기분이 상했겠지만 나는 독재자가 아니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라며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에 대해 "단순한 중재자 이상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가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기를 바란다면서 러시아로부터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안보를 보장해 달라고 강조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의 나토 가입을 극렬히 반대하며 침공 당시에도 이를 구실로 내세웠다. 지난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트럼프는 우크라의 나토 가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는 미국이 지난 3년 동안 우크라에 5000억달러(약 719조2500억원) 규모의 원조를 제공했다며 그 대가로 우크라의 희토류 지분은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는 23일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와 광물 협상 상황에 대해 "난 이번 주 합의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은 지난주 젤렌스키가 합의를 망설이는 것을 봤는데 트럼프가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23일 광물 협상에 대해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를 채무자로 만드는 어떤 형식도 최종 합의에 없을 것이라며 "오늘 저녁부터 5000억달러 문제는 더이상 없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 침공 3주년을 맞는 24일 중요한 정상회의가 열린다면서 "아마도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 회의에 13명의 지도자가 대면으로, 24명의 지도자는 온라인으로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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