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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野 ‘북한군 포로 귀순’ 내부논의도 안해..정쟁화 우려

野, 귀순 의사 알려진 지 닷새째 침묵
"논의 중"이랬지만 외통위도 안 다뤄
정부는 우크라 물밑협의..與, 현지 찾아
文정부 때 탈북어민 강제북송시킨 野
尹정부 근거법 개정도 협조 안해 폐기
조기대선에 정쟁 되면 귀순 어려워져


[단독] 野 ‘북한군 포로 귀순’ 내부논의도 안해..정쟁화 우려
우크라이나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포로 중 한 명의 귀순 의사가 알려진 지 닷새가 지난 24일까지 더불어민주당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적극 나서는 건 물론 우크라 당국에서도 돕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특히 민주당은 대외적으로는 지난 23일에 입장을 내기 위한 논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외교 현안을 담당하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위원들조차도 여태 다루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野, 외통위조차 '트럼프 현안질의'에 미뤄..與 "이재명 답하라"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23일까지 북한군 포로 귀순과 관련해 함구하다가, 김민석 최고위원의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적절한 논의를 거쳐 입장을 내겠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내부논의 중이라는 취지였지만, 실상은 외교 현안을 맡는 외통위원들조차 아직 다루지 않았다.

한 민주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북한군 포로 귀순 문제와 관련해 당 차원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다고 듣진 못했고, 외통위 차원에선 26일 전체회의가 있어서 이를 준비하면서 체크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외통위는 오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에 대한 정부 대응 전략 현안질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와 북핵 정책 등으로 인한 파장이 큰 만큼, 현안질의 준비를 북한군 포로 귀순 문제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여당은 북한 주민도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는 원칙에 따라 북한군 포로 귀순을 위한 우크라 측과의 협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외교가와 정치권에 따르면, 외교부와 국가정보원은 북한군 포로 귀순 의사를 확인하고 우크라 측과 물밑협의를 진행 중이고, 국민의힘은 지도부 차원에서 북한군 귀순 노력을 당부한 데 이어 유용원 의원이 직접 우크라 현지를 방문했다.

정부는 향후 러시아와 우크라 간 포로교환 협상에서 러 측의 인도 요구 가능성까지 고려해 북한 이탈 주민으로서 귀순을 추진한다는 방침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 당국도 협조 의지를 대외적으로 밝힌 상태이다. 안드리 체르냐크 우크라 국방부 정보총국(HUR) 대변인은 지난 22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리 정부 및 국정원과의 우호관계를 부각하며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콕 집어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광재 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포로가 된 병사가 자유를 원한다고 외쳤다. 어느 때보다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규탄하며 대응해야 할 지금, 중도보수를 표방한다는 이재명의 민주당은 침묵하고 있다”며 “(지금과 달리) 그동안 이 대표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남의 나라 전쟁’을 운운했고, 북한군 포로 심문을 두고는 ‘고문기술 전수냐’며 비하했다”고 꼬집었다.

[단독] 野 ‘북한군 포로 귀순’ 내부논의도 안해..정쟁화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부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정 안정을 위한 국회-정부 국정협의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스1

탈북어민 강제북송 논란 의식..조기대선 쟁점 될 우려

민주당만 유독 북한군 포로 귀순 문제에 신중한 건 단순히 우선순위 문제라기보다는, 과거 2019년 탈북어민 강제북송 논란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귀순 의사를 표한 탈북어민이 동료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강제북송 시켰다.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한 탈북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법 9조 2항을 근거 삼아서다. 하지만 법원은 19일 해당 사건 판결을 통해 탈북민 ‘전원 수용’이 헌법에 따른 원칙임을 재차 천명하고, 문재인 정부가 위법했다고 결론지었다.

그럼에도 과반 이상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문제의 탈북민법 개정에 협조하지 않았다. 국제형사범죄자나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에 해당할 경우 관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었는데, 21대 국회 임기가 다하도록 외통위 법안심사소위도 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북한군 포로 귀순 문제가 향후 정치권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귀순 협의에 어느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지 불투명한 데다, 윤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조기 대선이 열릴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서다.
민주당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국민의힘의 문제제기가 대선을 타고 정쟁 소재로 떠오르면, 북한군 포로 귀순이 결국 어그러질 공산이 크다.

[단독] 野 ‘북한군 포로 귀순’ 내부논의도 안해..정쟁화 우려
2022년 7월 12일 통일부가 2019년 북한 어민 강제북송 관련 판문점 송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통일부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