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독일 차기 총리 자리를 사실상 확정한 기독민주당(CDU) 대표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초청 의사를 밝혔다. 로이터 연합
독일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가 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24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독일 방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전쟁 전범으로 지목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르츠는 24일 기자들을 만나 자신이 네타냐후와 통화했다면서 네타냐후가 독일을 방문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메르츠는 그러나 ICC 설립 조약인 로마조약 가입국인 독일이 네타냐후를 체포해 재판에 넘겨야 할 의무와 그의 방독 사이에서 어떻게 해결책을 찾을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현재 네타냐후와 그의 전 국방장관인 요아브 갈란트는 124개국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모두와 영국,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 등 ICC 가입국들은 네타냐후를 체포할 의무가 있다.
ICC 체포영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상당수 국가들은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 권력이 조 바이든에게서 도널드 트럼프로 이동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네타냐후 등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이유로 ICC를 제재대상에 포함하면서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폴란드 등 일부 국가들은 네타냐후 체포에 관해 모한 입장이다.
특히 오르반 빅토르 헝가르 총리는 네타냐후 체포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독일 차기 총리인 메르츠가 네타냐후 방독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독일이 공식 초청하면 이는 “총리를 전범으로 낙인찍은 ICC의 논란 많은 결정에 대한 공개적인 저항”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FT에 따르면 독일 정계에서는 네타냐후 총리 초청에 크게 이견이 없다.
독일은 유대인 학살에 대한 원죄와 반성 속에 이스라엘 지지 의무를 느끼고 있어 정치색에 관계없이 이스라엘 총리를 초청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메르츠는 지난해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중단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독일과 이스라엘 간 관계는 "특별하다"면서 "만일이나 그렇지만 같은 조건을 내걸지 않고" 이스라엘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숄츠 총리 대변인도 지난해 독일이 네타냐후 체포를 검토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독일은 이스라엘에 큰 책임을 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의 네타냐후 초청은 그러나 ICC 존립 기반 자체를 흔드는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ICC 헌장에서는 회원국이 체포영장 집행에 관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지난해 11월 21일 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해외에 나간 것이 딱 한 번이다. 미국을 방문했다.
네타냐후는 미국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 환대를 받았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당시 네타냐후는 의도적으로 캐나다 영공을 우회해 미국에 갔다.
항공기가 기체 이상으로 비상착륙할 경우 총리가 체포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미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ICC를 제재했다. 미국은 ICC 설립 조약인 로마조약 협약국이 아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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