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내수·수출 다 어렵다… 관세전쟁 커지면 1.4%까지 추락 [올해 성장 전망 1.5% 쇼크]

경제심리 위축에 소비회복 안돼
통상환경 악화로 수출·투자 둔화
건설투자 심각 -1.3% → -2.8%
추경 15조 투입땐 0.2%p 상승

내수·수출 다 어렵다… 관세전쟁 커지면 1.4%까지 추락 [올해 성장 전망 1.5% 쇼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5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개회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3.00%에서 2.75%로 0.25%p 내렸다. 연합뉴스
내수·수출 다 어렵다… 관세전쟁 커지면 1.4%까지 추락 [올해 성장 전망 1.5% 쇼크]
올해 경제성장률이 1.4%까지 더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예상보다 높은 강도로 조기에 시행될 가능성이 커진 때문이다. 이에 내년 경제성장률도 1.8% 수준에서 1.4%까지 0.4%p 내려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복관세 반복되면 국내 투자 급감

한국은행은 25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과 같은 1.8%로 내다봤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02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0.4%p 낮추며 1.5%까지 끌어내린 점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가 2년 연속으로 한은이 추산한 2024~2026년 잠재성장률(2.0%)보다 낮은 '저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 관세정책 등 글로벌 무역갈등의 전개 양상에 따라 향후 경제성장률 하방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 강도와 집행시기는 지난해 11월 한은의 예상치보다 높고 빠르다.

예를 들어 추가 10%의 대중국 관세는 기존 전제와 비슷했으나 캐나다·멕시코에 불법이민, 마약 유입 등을 명분으로 25%의 높은 관세를 이른 시기에 발표한 것은 한은의 기존 전망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한은이 이런 차이를 반영해 관세정책 시나리오를 새로 설정한 결과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0.1%p, 내년 0.4%p 추가로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본 시나리오에서 1.5%, 1.8%였으나 모두 1.4%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비관적 시나리오는 미국의 관세조치에 중국과 캐나다가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이에 미국이 또다시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을 상정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미국과 다른 국가들 간의 상호 보복조치가 반복될 경우 세계교역이 급격히 위축되고, 무역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돼 우리 수출과 투자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이번 시나리오 분석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의 효과는 반영되지 않았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추경이 15조~20조원 투입될 경우 경제성장률이 0.2%p가량 올라가는데 그 시나리오는 가정하지 않았다"며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느냐에 따라 효과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건설투자 부진, 수출 증가세 둔화

통상압력이 크게 강화되지 않는 기본 시나리오에서도 올해 국내 경제의 하방압력은 뚜렷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1.4%로 예상돼 지난해 11월 전망치보다 0.6%p 낮아졌다. 지난해 말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증가세가 크게 둔화했고, 올해도 경제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소득마저 개선되지 않으면서 민간소비 회복세가 제약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부진할 것으로 예측된 부문은 건설투자다. 건설투자는 -1.3%에서 -2.8%로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되면서 지난해(-2.7%)에 이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초 대단지 아파트의 마감공사가 집중되면서 일시적으로 공사물량이 늘어날 수 있으나 장기간 건설수주가 크게 감소했고, 정부의 연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축소된 영향으로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박창현 한은 조사총괄팀장은 "건설투자는 팬데믹 이후 크게 오른 공사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수주 착공 위축 등이 이어지면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 연말 불확실성 확대와 올해 초 한파, 폭설 등 기상여건 악화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분기별로 살펴보면 1·4분기 중 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전기 대비 0.5%)를 큰 폭으로 하회하는 0.2%로 예측됐다. 미국의 관세정책 예고 및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 위축의 영향이다. 다만 2·4분기 이후에는 정치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는 가운데 금융여건 완화의 영향도 나타나면서 내수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한은은 기대하고 있다.


수출은 통상환경 악화로 연말로 갈수록 하방 압력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50억달러로 예상됐다. 예상보다 빠른 미국의 관세정책 추진 등이 반영된 것으로 지난해 11월 전망(800억달러)보다 50억달러 줄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