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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해서 뭐 하나… 예금서 빠져나간 11조, 금·달러로 대이동 [금리 2% 시대, 머니무브 조짐]

은행들 수신금리 줄인하 예고
달러 강세에 금값 고공행진
달러예금·골드뱅킹엔 돈 몰려
회전율 18.8회 ‘5년만에 최고’
예테크족은 3%대 예금 막차

저축해서 뭐 하나… 예금서 빠져나간 11조, 금·달러로 대이동 [금리 2% 시대, 머니무브 조짐]
기준금리 2% 시대가 열리면서 '머니무브'가 본격화하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잇따라 연 2%대로 내려앉으며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금이나 달러자산으로 자금이 움직이는 추세다. 3%대 이자를 받기 위해 '예테크족'들은 예금 막차를 탔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하나의정기예금' 최고금리(1년 만기·우대금리 포함)를 기존 3.00%에서 2.95%로 0.05%p 인하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4일 'KB스타 정기예금' 최고금리(1년 만기·우대금리 포함)를 기존 3.00%에서 2.95%로 0.05%p 내렸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상품의 최고금리가 2%대를 기록한 것은 2022년 7월이 마지막이다. 2년7개월여 만에 다시 2%대 금리로 내려앉은 셈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20일 '쏠편한 정기예금'의 최고금리(1년 만기·우대금리 포함)를 연 3.00%에서 2.95%로 0.05%p 낮춘 바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로 내리면서 다른 시중은행들도 예금금리를 2%대로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시장금리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일부 선반영돼 있다. 은행채(1년물·AAA) 금리는 지난해 말까지 3%선을 웃돌다가 올해 들어 낙폭을 키웠고, 이달 24일 2.833%까지 떨어졌다. 현재 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각각 3.10%, 3.00%다.

기준금리 인하에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줄줄이 인하하면서 머니무브 속도도 더욱 빨리지는 추세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 24일 기준 619조9272억원으로 지난해 말(631조3135억원) 대비 11조3863억원 대비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데다 금리도 연 0.1%에 불과해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그 대신 금이나 달러자산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특히 최근 관세와 지정학적 위험으로 금을 찾는 수요가 세계적으로 커지며 금값이 고공행진하자 '금 투자 광풍'이 부는 분위기다. 골드뱅킹 상품을 취급하는 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9170억원(24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골드뱅킹은 통장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으로, 이들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 총액이 9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총 650억1066만달러(24일 기준)로 지난해 말(637억9718만달러) 대비 12억1888만달러 증가했다. 달러예금은 미국 기준금리(4.5%)를 기준으로 하는 만큼 은행 원화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점이 선호요인이다. 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진 원화예금과 비교하면 0.5~1.0%p 높게 책정된 상태다. 여기에 당분간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더해지면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도 금리가 더 떨어진다는 전망에 정기예금 막차에 탑승한 '예테크족'도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33조5858억원으로 이달 들어 약 11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 동안 감소세를 보이다 재차 늘어난 것이다.

기준금리 2% 시대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며 머니무브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예금 회전율이 빨라졌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국내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8.8회로, 2019년 4·4분기 19.2회를 기록한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금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투자나 소비를 위한 자금인출이 활발했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예금금리는 계속 낮아질 것"이라며 "다른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려는 수요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