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의견진술문에 '야당' 48회 담겨…'죄송'은 2회·'송구' '미안'은 1회
직무 복귀시 '개헌' 구상 밝히기도..."대외관계 치중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변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의 마지막 절차인 최종의견진술에서 “12·3 비상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야당의 줄 탄핵과 예산삭감 등을 겨냥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망국적 위기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비상계엄 정당성 강변에 초점...'죄송' 2회 언급
윤 대통령은 25일 오후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종의견진술에서 “제 개인의 삶만 생각한다면, 정치적 반대 세력의 거센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비상계엄을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면서도 “방송으로 전 세계, 전 국민에게 시작한다고 알리고, 국회가 그만두라고 한다고 바로 병력을 철수하고 그만두는 내란을 보셨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장악하고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국회 측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정략적인 선동 공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저 자신, 윤석열 개인을 위한 선택은 결코 아니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직에 있는데, 개인의 권력 획책을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최종의견진술문의 방향은 일각에서 제기된 ‘대국민 사과’의 성격보다는 거대 야당을 비판하고 이를 통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종의견진술문에는 ‘죄송’이라는 단어는 2회, ‘송구’와 '미안'은 각 1회 언급됐다. 반면, ‘야당’은 48회 ‘공작’, ‘선동’은 각각 6회가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현실이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라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헌법 제77조가 명시한 비상계엄 선포 조건인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당시 상황이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에 의해 국가 안보에 중대한 허점이 생겼다는 점도 강조했다. 민주당의 입법 강행으로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경찰에 대공수사권이 넘어가는 등 "간첩이 활개 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그는 “190석에 달하는 무소불위의 거대 야당이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 편이 아니라, 북한, 중국, 러시아의 편에 서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거대 야당이 핵심 국방 예산을 삭감해 우리 군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국회 측 조목조목 반박…”어느 쪽이 상대 권능 마비시켰나”
탄핵심판 과정에서 제기된 국회 측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탄핵과 입법, 예산 심의가 국회의 정당한 권한행사라는 국회 측의 주장에 대해 ”국회의 헌법적 권한은 국민을 위해 쓰라고 부여된 것”이라며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데 그 권한을 악용한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는 국헌 문란에 다름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상계엄은 국회의 권능을 마비시키려는 시도’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거대 야당은 제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정부의 권능을 마비시켜 왔다”고 맞받아쳤다. 직무 복귀 시 또 계엄선포를 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로 이미 많은 국민과 청년들께서 상황을 직시하고 나라 지키기에 나서고 계시는데, 그런 일을 선포할 이유가 있나”라며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국회 의결도 전혀 방해하지 않은 2시간 반짜리 비상계엄과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줄 탄핵, 입법 예산 폭거로 정부를 마비시켜 온 거대 야당 가운데, 어느 쪽이 상대의 권능을 마비시키고 침해한 것인가”이라며 “직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줄 탄핵, 입법 예산 폭거는 어느 면에서 보나,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상계엄 이후 불거진 ‘수사권 논란’에 대한 비판도 최종의견진술에 담겼다. 윤 대통령은 "제가 정말 제왕적 대통령이라면, 공수처, 경찰, 검찰이 앞다퉈서 저를 수사하겠다고 나서고, 내란죄 수사권도 없는 공수처가 영장 쇼핑, 공문서위조까지 해가면서 저를 체포할 수 있었겠나”라며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제왕적 거대 야당의 시대”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탄핵심판 과정에서 불거진 쟁점도 직접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먼저 ‘국회의원 체포 지시’ ‘표결 방해 시도’에 대해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수백 명의 의원들과 직원들을 본관에 진입한 극소수의 병력으로 ‘끌어내라’고한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가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보안이 중요한 만큼 비상계엄을 위한 국무회의를 정례, 주례 국무회의처럼 할 수는 없다는 기존 논리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국무회의록도 사후에 작성됐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최종의견진술 후반부에서는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겠다”며 직무 복귀 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국정업무의 경우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해 대통령은 대외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기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대국민 메시지는 초반에 이어 후반부에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진술 말미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족한 저를 지금까지 믿어주시고 응원을 보내주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저의 잘못을 꾸짖는 국민의 질책도 가슴에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날 윤 대통령의 최종의견진술을 끝으로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가를 선고기일은 재판부 평의를 거쳐 추후 고지한다는 계획이다.
one1@fnnews.com 정원일 서민지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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