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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자수익 늘리라더니 신탁업 막으면 어쩌나" [홍콩 ELS 사태 1년]

은행들 ELS 정책 실효성 지적
비대면채널은 제한없어 '허점'
ELB 등 대체상품 팔고 있지만
증권사로 소비자 이탈 불가피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말이 '이자장사'로 수익 올리지 말고, 비이자이익 비중을 늘리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비이자수익으로 꼽히는 '수수료' 수입의 주요 창구인 신탁업을 더 어렵게 하니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이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26일 "당국이 나서서 중도상환 수수료를 깎더니 이제는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를 거점점포로 제한했다"면서 "결국 소비자들은 ELS 상품 가입이 간편한 증권사나 비대면 상품으로 이동할 것이고, 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업계는 이번 금융당국의 'H지수 ELS 사태 관련 제도 개선책'이 예고된 수준과 방식에 머물면서 "대비는 끝났다"는 분위기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ELS 팔아서 벌어들인 수익보다 배상금이 더 많은데 왜 ELS를 팔겠느냐"며 "자산관리(WM)부문에서 상대하는 고액자산가가 아닌 이상 증권사나 비대면으로 판매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당국의 개선책 핵심은 은행의 금융투자상품 판매채널 개편이다. 일부 거점점포에서만 ELS를 판매하도록 하는 것인데, 비대면 채널의 ELS 가입은 그대로 허용한다. 대책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B은행 WM점포 관계자는 "판매가 전면 금지될 수도 있다"는 소문을 듣고 온 고객도 있어 걱정했으나 거점점포에서 자격을 갖춘 채 판매를 허용한 만큼 충분히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주요 추천상품의 구성을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들로 바꿨다. 고객들도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 판매하는 보험)와 연금 등을 찾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은행들이 주력한 상품은 원금이 보장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와 방카슈랑스다. 홍콩H지수 급락으로 고액자산가들도 H지수 ELS 투자에서 큰 손해를 보면서 대안투자로 원금보장형 상품이 급부상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ELB 비대면 판매를 시작했다.

C시중은행 PB지점장은 "은행들이 펀드, 방카, ELB의 대면·비대면 판매를 늘려가는 것은 ELS 사태 이후 고액자산가 고객군이 증권사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막기 위한 노력"이라며 "증권사와 함께 복합점포를 늘리고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지만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느낌도 있다.
종전과 달리 고액자산가도 은행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 통화 등으로 상담한 뒤 앱으로 거래하는 경향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은행의 ELS 판매를 허용해준 것도 금융당국이다. 전부 상품심의위원회는 물론 당국의 절차에 따라 판매한 것"이라며 "일부 불완전판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난해 H지수 급락으로 인한 투자자의 손실에 대한 책임을 은행에만 전가하는 듯한 이번 개선안은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말이 안 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