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히카리 도매가 60kg 5만1250엔, 3배 뛰어
정부미 비축량 공개 후 입찰 일정 발표했지만 급등세 지속
"공급이 수요 웃돌 것이란 확신 없어 쌀 파동은 당분간 계속"
도쿄의 한 마트 내 쌀 코너 매대 곳곳이 텅 비어 있다. 사진=김경민 특파원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의 '쌀 파동'이 장기화되고 있다. 1년새 일본의 쌀 가격이 3배로 치솟자 일본 정부가 비축미 방출을 발표하며 가격 안정 의지를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일본 정부가 쌀 값 폭등의 원인을 제대로 설명조차 못하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공급 불안에 따른 쌀 값의 고공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비축미 방출에도 시장은 '시큰둥'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월 하순 기준 니가타산 고시히카리 60㎏의 도매 가격은 약 5만1250엔(약 50만원), 아키타산 아키타코마치는 약 4만9000엔 수준이다. 두 품종 모두 2월 상순 대비 5~6%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3배 높은 가격이다. 농림수산성이 25일 발표한 전국 슈퍼마켓 평균 쌀 판매 가격(5㎏)도 10~16일 기준 3892엔으로, 1년 전보다 1.9배 올랐다.
앞서 일본 농림수산성은 지난 1월 쌀 유통 문제 등이 발생했을 때 비축미를 방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기존에는 재해, 재난 등 비상시에만 비축미 방출이 가능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7일 사상 처음 비축미 방출을 발표한 데 이어 14일에는 21만t을 방출하고, 3월 초 15만t을 입찰에 부칠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비축미 방출을 위한 첫 입찰공고가 실시됐다. 이르면 3월 말에서 4월 초순께 시장에 비축미가 풀릴 예정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매년 약 20만t의 국내산 쌀을 비축하고 있으며 전국 300여개 민간 창고에 약 100만t을 목표로 저장하고 있다. 2024년 6월 기준 비축량은 약 91만t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비축미 방출이 실제 수급 완화로 이어질지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방출량과 입찰 일정은 정해졌지만 품종, 낙찰 가격, 각 도매업체에 배분되는 물량을 확인해야만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쌀 도매업체 '기토쿠신료'의 가마다 요시히코 사장은 "도매 거래가 조금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도매업체 관계자도 "구매자들은 비축미 입찰 결과를 보고 움직일 것 같다"며 이로 인해 시장 가격 하락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쌀 값을 포함해 최근 30년 만의 물가 급등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졌다.
도쿄 네리마구에 있는 식품 슈퍼마켓을 찾은 40대 여성은 "쌀 값이 너무 비싸서 부담스럽다"며 "두 아이의 도시락에 쌀 대신 야키소바(볶음면)를 넣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올해 쌀 조달도 '먹구름'
농림수산성은 최근 쌀 도매업체와 생산자 등이 참석한 의견 교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유통 정체로 인해 2025년산 쌀을 확보하는 것도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쌀 생산 및 유통 관계자들은 21만t의 비축미 방출이 당장의 공급 불안을 다소 완화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수급 안정에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전례가 없는 쌀 파동 미스터리는 2년째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쌀 생산량은 679만t으로 전년 보다 18만t(3%) 증가했다. 하지만 시중에 풀리는 쌀 유통량은 지난해 215만t으로 전년보다 21만t이 줄었다. 이는 비축미 방출량의 기준이 된 숫자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명확한 원인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초 농림수산성은 지난해 9월 쌀 수확 직전 재고 부족 시기에 태풍이나 난카이 대지진 경보에 따른 쌀 사재기가 우연히 겹치면서 일시적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품귀 현상이 곧 해소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일각에선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쌀 소비량이 늘어난 탓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로 쌀 파동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유통업자가 쌀을 대규모로 매입해 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는 일부 상인들의 증언이 나왔지만 실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제가 장기화되자 일본 정부의 쌀 생산량 집계의 정확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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