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유연화, 지난해부터 언급
당내외 반발에 "한 적 없다" 급선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의 국민 참여 프로젝트인 '모두의질문Q'에서 'AI와 대한민국, 그리고 나' 주제로 개최한 첫 번째 대담에 참여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저는 52시간 (예외를)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합리성이 있으니 논쟁해보자'고 한 것이다."
우클릭 전략을 내세우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책 진성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실용주의를 기반으로 친기업 행보와 중도보수 정당을 표방해왔다. 그러나 '주 52시간제 예외' 등의 정책을 두고 당내외 반발이 심화되자, 급히 방향을 틀어 수습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의 갈지자 행보에 당내에서는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반도체특별법 핵심 쟁점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제106주년 삼일절 기념식에 참석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 대표는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으나, 이견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계류 끝에 폐기됐던 반도체특별법은 22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여러 차례 통과를 시도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민생 공통 공약 협의체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여야 간 첨예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1월 1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 52시간 예외와 관련, 사용자가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받아 주 52시간 넘게 노동할 수 있게 하는 '특별연장근로'를 제시하자 이 대표는 "검토해 보겠다"며 전향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지난달 3일에는 민주당 반도체특별법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주 52시간 예외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52시간 발언 |
일시 |
내용 |
2024년 11월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의 간담회 |
"노동시간을 일률적으로 정해놨더니 꼭 필요한 영역, 집중적 연구개발이 필요한 그런 영역은 ‘노동시장을 통제하니 효율성이 떨어진다‘, 노동자들 자신에게도 불리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실제로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만일 그런 면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 필요한 개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2024년 11월 20일, 한국무역협회와의 간담회 |
"고임금 노동자, 연구개발 특정 영역은 주 52시간제를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를 여러 군데에서 한다. 저도 만약에 실질적으로 꼭 필요한데 제도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정도라면 엄격하게 제한해서 추가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
2025년 1월 1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회동 |
"고용노동부 장관이 특별 노동 허가와 관련된 조치를 할 수 있는데 관련된 부분을 정리해서 법문에 넣는 것이 어떻겠냐고 최 대행에게 요청했고 그거에 대해서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조승래 수석대변인) |
2025년 2월 3일, 민주당 반도체특별법 정책토론회 |
"1억3000만 원이나 1억5000만 원 이상의 고소득 연구개발자에 한해 ,그리고 본인이 동의하는 조건에서 특정 시기에 집중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냐고 하는 의견에 저도 많이 공감한다" |
2025년 2월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4.5일제를 거쳐 주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
2025년 2월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
"흑백논리에 익숙하다보면 빨강이나 회색이 있는지 잊게 된다. 국제경쟁력 확보가 긴요한 반도체산업에서만, R&D 연구에 한하여, 총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연봉 약 1.5억 이상의 고액연봉자가 개별 동의하는 경우에만, 노동시간 변형에 따른 수당(연장, 심야, 주말)을 전부 지급하는 조건으로, 수년간 한시적으로 건강을 해치지 않는 일정 범위내에서 주 52시간제 예외를 검토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 주 4일제 추진과 얼마든지 양립 가능하다" |
2025년 2월 21일, 한국노총 방문 |
"최근에 주52시간제 문제로 많은 분이 우려하시는데 저나 민주당의 입장은 명확하다. 리 사회가 노동시간 단축과 주4일 근무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반도체 특별법 토론회 당시 반도체 협회, 삼성전자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주52시간 예외제도를 만들어 총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아니라는 확인을 받았다." |
2025년 2월 27일, SBS TV·유튜브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 출연 |
"저는 52시간 (예외를)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합리성이 있으니 논쟁해보자‘고 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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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노동시간 유연화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한국경영자총협회 간담회에서 "노동시간을 일률적으로 정해놨더니 꼭 필요한 영역, 집중적 연구 개발이 필요한 영역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노동자들에게도 불리한 측면이 실제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달 한국무역협회를 만나 "만약 꼭 필요한데 제도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정도라면 엄격하게 제한해서 추가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은 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당내외 반발이 격해지자 이 대표는 돌연 방향을 바꿨다. 이 대표는 토론회로부터 일주일만인 2월 1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주4일제'를 꺼내들었다. 이어 다음날인 11일에는 "주 52시간제 예를 검토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 주 4일제 추진과 얼마든지 양립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양대노총을 찾아 주 4일제를 역설하며 노동계의 오해를 해소하는데 시간을 쏟았다. 이후 27일 SBS TV·유튜브 인터뷰에 출연해 "합리적 수용을 검토해 보자고 한 것이다.
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잇단 말 바꾸기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 등에 대한 지지층 내부 반발이 생각 이상으로 심하다"며 "이 대표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것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했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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