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지자들 사이서 과격 발언
'제2의 서부지법 사태' 재현될까 우려 커져
경찰, 선고 당일 '갑호비상' 발령 검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에는 탄핵 인용 시 폭력 사태를 예고하는 발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 캡처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선고를 앞두고 일부 보수 성향 지지자들 사이에서 탄핵 인용 시 폭력 사태를 예고하는 등의 극단적인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이런 주장들이 퍼지면서 '제2의 서부지법 사태'와 같은 극단적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경찰은 탄핵심판 선고일 가용 경찰력을 총동원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에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시작된 지난 1월 14일부터 이날까지 제목에 '폭동'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글 약 500건이 게시됐다. 게시글 대부분은 탄핵이 인용될 경우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성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해당 게시판에는 "각하가 아닌 판결은 폭동뿐", "헌재는 국민의 폭동을 기다리고 있느냐", "불법 재판은 국민 불복, 저항, 폭동으로 답한다"는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온 상태다.
특히 탄핵심판 최종 선고만을 앞두면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SNS에서도 과격한 발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보수 지지자들은 "탄핵이 인용되면 혁명을 해야 한다", "탄핵 인용되면 저항할 거다" 등의 주장을 연이어 게시하고 있다. 특정 보수단체는 헌재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면 사실상 제2의 건국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과격한 발언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집회에서도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3·1절 탄핵 반대 집회에서 만난 박모씨(72)는 "(윤 대통령이) 탄핵 되면 헌재 주변은 장날이 될 것"이라며 "애국 보수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므로 우리가 싹 다 접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손현보 세이브코리아 목사도 "헌재가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고 탄핵을 인용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맞아 산산조각 날 것"이라고 외쳤다.
문제는 이런 발언들이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폭력을 선동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서 극단적인 발언을 하며 대한민국 정치 체제의 붕괴를 노골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명백히 타인을 선동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국민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단순 발언 만으로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려운 데다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변호사는 "내란 선동죄는 분명한 목적성이 있어야 하는데 온라인상 발언은 격한 감정의 표현일 뿐 목적성이 인정되기엔 무리가 있다"며 "위해를 가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보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어 협박죄로 인정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오프라인상에서 거슬리거나 우려되는 발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상위 가치인 점을 고려하면 처벌하는 게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진영을 막론하고 선고를 둘러싼 극단적인 발언과 불안정한 상황에 대한 시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모씨(29)는 "구속영장 발부 날 서부지법 사태도 일어났는데, 선고 날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신모씨(65)도 "유튜브를 보면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폭력 사태가 일어날 거라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런 사태가 걱정돼 선고 날짜가 나오면 집회에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 최고 수위 비상근무인 '갑호 비상' 발령을 검토하고 있다. 갑호 비상이란 경비 비상 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로 경찰들은 연가가 중지되고 가용경력의 100%가 동원된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당일 대규모 인원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며 마찰이나 충돌, 안전사고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전대미문의 상황인 만큼 가용 경찰력을 총동원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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