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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사실 몰랐는데 유죄 확정…대법 "다시 심리"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활동
1·2심 징역 1년…유죄 확정 후 뒤늦게 인지
대법 "재심 청구 사유 있어…상고 이유 해당"

기소 사실 몰랐는데 유죄 확정…대법 "다시 심리"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피고인이 기소된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실형이 확정됐다면,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사기,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2022년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보이스피싱 범죄는 피해자에게 경제적 피해와 함께 심한 정신적 고통을 가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폐해가 크고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이 쉽지 않아 하위 조직원으로 가담한 경우에도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검사는 A씨의 형이 너무 가볍다고 항소했지만, 2심이 항소를 기각해 형이 유지됐다. 이 판결은 상고 기간이 지나 확정됐다.

그러나 A씨가 본인이 기소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A씨는 2심 선고가 이뤄지기까지 기소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재판은 A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1심 공판절차에서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대법원규칙에 따라 피고인이 진술 없이 재판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 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다면, 판결이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1심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만일 재심을 청구하지 않고 상소권회복에 의한 상고를 제기한다면,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해 원심 파기 사유가 될 수 있다.

A씨는 뒤늦게 판결 확정 사실을 알고 법원에 상소권 회복 청구를 했고, 법원은 상고기간 내에 상고하지 못한 것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해 상소권 회복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1·2심 판결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원심판결에는 재심 청구의 사유가 있다"며 "이는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상고 이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