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한국거래소와 경쟁 체제
시세 조종 등 불공정거래 차단해야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 빌딩에서 열린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 개장식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한국거래소(KRX)와 경쟁하는 제2의 주식거래시장 넥스트레이드(NXT)가 4일 출범했다. 70년 만에 한국거래소 독점 체제가 막을 내리고 복수경쟁 체제로 전환된다는 의미가 있다. 1400만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편의성과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다만 경기침체와 증시 부진이 지속돼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한 상황이어서 개장 효과가 반감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넥스트레이드는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다. 미국은 30여개, 일본은 3개의 ATS가 전체 주식거래 시장의 11~12%를 점유할 정도로 이미 활성화돼 있다. 우리는 20년 가까이 늦은 것이다.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에 ATS 설립 근거를 마련했으나 지금껏 논의가 흐지부지됐다. 3년 전 설립준비위원회가 출범한 후 이제서야 대체거래소가 닻을 올린 것이다. 10개 종목으로 개장한 첫날 거래는 순조롭게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두 거래소 중 유리한 곳을 골라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낮은 가격, 거래비용, 체결 가능성 등 여러 조건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거래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이다. 거래종목은 내달 24일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돼 350개로, 같은 달 말부터는 800개 종목으로 늘어난다.
물론 한국거래소 상장사가 2600여개인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적다. 거래비용 부담은 덜 수 있다. 증권사가 거래대금의 0.0023%를 거래소에 내는데 이보다 20~40% 인하된다. 중간가, 스톱지정가와 같은 새로운 호가방식도 도입된다. 가격 변동폭, 거래정지와 서킷브레이커, 사이드카 발동 등 대부분 기준은 두 거래소가 동일하다.
국내 증시는 달라진 투자자의 눈높이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내 증시와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도 또한 바닥으로 떨어졌다. 일명 '동학개미'들의 국장(한국시장) 이탈이 상징적이다. 올 들어 자금이 유입되고 있긴 하지만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국내주식 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13%나 줄었다. 반면 해외거래는 40% 가까이 늘었다.
상장기업 실적 부진 탓이 크지만 일부 대기업의 쪼개기 상장, 무리한 증자, 저조한 배당 성향, 악재성 정보 '올빼미 공시' 등이 소액주주를 실망시켰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조롱까지 나올 정도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금융당국은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한다며 이런저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대책을 내놓았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늦었지만 자본시장 선진화와 거래소 경쟁체제 도입은 반길 일이다. 내달 31일부터 1년4개월간 중단된 공매도 또한 전면 재개된다.
공매도 재개와 거래소 경쟁체제가 맞물려 차익거래를 위한 시세조종, 기관투자자의 고빈도 초단타 매매, 선행 매매 등 불공정 거래 우려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어느 때보다 금융당국의 세심한 모니터링과 엄중한 제재가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증시가 기업 자금조달 창구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일관된 밸류업 정책과 관리감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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