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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인디언 기우제와 나비효과

[테헤란로] 인디언 기우제와 나비효과
김영권 건설부동산부 차장
농경사회를 중심으로 과거에는 오랜 기간 비가 내리지 않으면 권력을 지닌 왕이나 족장, 제사장이 하늘에 비를 내려달라고 비는 제사를 지냈다. 이를 기우제라고 부른다. 대표적으로는 비정상적으로 비가 오지 않고 따뜻한 날이 지속되는 '인디언 서머'에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가 있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는 시기와 내용 면에서 인디언 기우제와 많이 닮아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이른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토허제를 해제했다. 해제 발표 당시 '규제로 인해 형성된 인위적인 가격이 정상화될 것' '토허제가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사실상 실효성이 이미 떨어진 상황' 등 긍정적 분위기가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토허제가 해제된 지역뿐만 아니라 강남권 등 이른바 상급지를 중심으로 서울 전역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토허제와 관련이 없는 반포, 압구정 등은 3.3㎡당 2억원 넘는 매매가 등장하고, 국민평형의 매매가격이 70억원을 넘겼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그동안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져온 부동산 시장 관망세 속 대기수요와 유동성이 토허제 해제를 계기로 한꺼번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산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똘똘한 한 채' 전략까지 지속되면서 상급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을 토허제 해제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미 시장의 대기수요와 자금이 준비될 만큼 준비된 상황에서 토허제는 하나의 트리거일 뿐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서울 부동산 시장 급등세가 단순히 가격이 정상화돼가는 과정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위험한 판단이다. 아파트 가격 급등이 강남권 등 핵심지역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부동산 수요자들은 서울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인 상승장'으로 돌아섰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같이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정책들이 서로 엇박자를 내는 것도 문제다.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 등으로 대출을 옥죄는 상황에서 서울 부동산 가격 급등은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막차라도 타야 한다며 '영끌'을 부추기고 있다. 토허제 해제라는 나비의 날갯짓이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태풍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인디언 기우제 결과 결국 비는 내렸다. 이제는 비 내린 후 비옥해진 대지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관건은 결국 타이밍이다.

kim091@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