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
글로벌 보조금 경쟁·관세 전쟁에
기존 지원 체계로는 산업 한계
전력 등 인프라투자 지원 확대
방산 수주때 금융지원 패키지도
정부가 5일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을 발표한 배경에는 첨단전략산업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패권전쟁에서 '공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주요국들의 보조금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데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미국발 관세전쟁까지 본격화되면서 현행 지원체계의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강기룡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지난해 반도체 저리지원 프로그램 발표 이후 반도체 이외 이차전지나 친환경차, 바이오 등 다른 분야에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달라는 요청이 끊임없이 제기됐다"며 "칸막이를 갖고 특정 산업분야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판단하에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과 통합해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신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금은 기존 반도체 저리지원 프로그램(17조원)을 제외하고 약 33조원의 자원이 새로 투입된다. 시중은행과 공동대출(신디케이션) 등의 형태로 협력하면 총 100조원까지 지원 규모가 불어난다. 강 국장은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최대치로 파격적이고 충분한 규모"라고 강조했다.
지원대상은 첨단전략산업법에 의한 첨단전략산업 및 국가전략기술 보유업종 영위기업이다.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바이오, 방산, 로봇, 디스플레이, 백신, 수소, 미래형 이동·운송수단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국가 미래전략이나 경제안보에 필요한 산업도 향후 대통령령으로 지정, 지원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뒀다. 당장 미국의 추가 관세가 예고된 철강이나 자동차,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강 국장은 이와 관련, "관련 부처가 협의해 탄력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면서 "당장 어떤 업종인지 언급하기는 지금 단계에서 어렵다"고 말했다.
지원방식도 단순 저리 대출을 넘어 지분투자, 후순위 보강, 구매자 금융 등 종합적 금융 지원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대규모 공장 설비가 필요한 팹(Fab·반도체 생산공장) 투자와 같은 프로젝트에는 합작법인을 설립해 기금이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간접투자인 경우에도 민간자금 매칭에 구애받지 않고, 장기기술·인프라투자에 집중토록 설계할 방침이다.
전력·용수 등 초장기 인프라사업에는 기금이 후순위 보강하고, 산은 본체·민간은행과 대규모 자금지원을 시행하기로 했다. 일정수준(7.4%) 후순위 보강 시 은행 출자분은 대출 수준의 위험가중치만 적용받을 수 있게 돼 은행이나 산은이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저리 대출 대상도 확대한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른 첨단산업에도 설비투자·연구개발(R&D) 자금을 국고채 수준으로 지원하고, 은행·산은 공동대출도 진행한다.
방산처럼 글로벌 경쟁국과 조 단위의 수주 경쟁을 펼치는 첨단전략산업의 경우 구매 상대방에게 금융지원 패키지를 제공하는 방식도 가능해진다. 현재는 정책금융기관의 한도·금리에 한계가 있어 지원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강 국장은 "첨단전략산업 지원에 대한 의지는 여야를 막론하고 갖고 있어 기금 신설에 대해 별다른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없다"면서 "연내 프로그램이 가동돼 실제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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