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기 첫 의회연설
440억弗 천연가스 수송관 건설
韓·日 직접 언급하며 참여 밝혀
동시에 반도체보조금 폐지 위협
"나라 빚 줄이는데 그 돈 쓰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막대한 시설투자에 보조금을 약속했던 전임 정부의 지원법을 폐지하고, 그 돈으로 미국의 빚을 갚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동시에 한국이 알래스카주 천연가스 사업에 투자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AP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2기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연례 상·하원 국정연설에 나섰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전임 조 바이든 정부가 2022년 8월에 도입한 반도체과학법(CSA)을 비난했다.'반도체법'으로 줄여 부르는 해당 법률은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미국에 공장을 지은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트럼프는 자신이 집권한 이후 대만 TSMC 등이 미국 투자를 약속했다며 "그들은 관세를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그래서 미국에 시설을 짓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그들에게 돈을 줄 필요가 없다"면서 해외기업 유치를 위해 세금을 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반도체법과 그 남은 것들을 없애버려야 한다"며 연단 뒤편에 배석한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불렀다. 트럼프는 "의장님, 그 돈으로 부채를 줄이거나 다른 어떤 이유든 원하는 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이미 텍사스주에 370억달러(약 54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6331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했다. 두 기업은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 정부로부터 각각 47억4500만달러(약 7조원), 4억5800만달러(약 6667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해당 기업들을 호명하지 않았지만 한국 자체는 언급했다. 그는 "나의 정부는 알래스카주에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인 거대한 천연가스 수송관을 건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각각 수조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이 투자를 확인한 것인지, 권유한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현재 알래스카에서는 북부 뷰포트해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를 남부 액화시설로 옮겨 액화천연가스(LNG)로 바꾸기 위한 440억달러(약 64조원) 규모의 가스관 사업이 진행 중이다. 현지 주정부는 해당 사업이 완료되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선박으로 LNG를 수출할 계획이다.
일본은 지난달 7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LNG 수입을 위해 알래스카에서 합작투자를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아직 알래스카 투자 여부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6∼28일 미국을 방문, 트럼프 2기 정부 경제각료들과 알래스카 사업 문제를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