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서울시내 학원가.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40조원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왔다. 학령인구 감소세는 더욱 가팔라진 반면 학생들에 투입되는 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나는 시기가 과거와 같이 입시철에 국한되지 않고 '4세고시' 등 연령층을 넓히며 가계에도 부담을 지우고 있다. 특히 메디컬·공학 계열이 포진한 이과로 취업문이 좁혀지며 학령인구가 줄어도 경쟁률은 오히려 심화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144억원에 이른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3년 연속 순증을 기록 중이다. 학생 1인 평균 사교육비는 22만2000원에서 2023년 43만4000원으로 3년새 두 배 늘어났다.
범위를 학령인구(6~21세) 밖으로 넓히면 실제 사교육 시장은 더 커진다. 민심 사교육 카르텔 척결 특별조사 시민위원회(반민특위)와 교육데이터분석학회, 성균관대 Next 365 등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원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4년 사교육비 총액은 39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돌봄 등 유치원 밖의 '영어유치원'이나 졸업 후에도 수능에 도전하는 'N수생'들을 포함한 규모다.
유·초·중·고, 대학생, 일반인의 공교육비와 사교육비를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연간 학원과 보습 교육비에서 성인 학원비를 제외한 규모다. 실제로 대학생 연령대의 '취준생'들이 졸업 이후에도 지출을 지속하는 학원비를 더하면 실제 규모는 더 커질 여지가 있다.
오는 4월 치러지는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선발시험 응시자는 10만5111명으로 1년 전보다 1514명 증가했다. 평균 경쟁률은 24.3대1로 9년 만에 반등했다. 공무원 준비생들이 몰리는 노량진 학원가도 다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실제 수업을 듣는 전체 학생 수는 줄어드는 중이다. 2024년 출생아 수는 23만8300명으로 20년 전인 2004년(47만7000명) 대비 50% 줄었다. 같은 기간 학령인구도 1051만9000명에서 697만8000명으로 34% 감소했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학생 1인당 지출하는 비용이 이전에 비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교육 업계에서는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사회 진출 기회도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경력직 채용이 늘면서 20대 고용률은 43.6%에서 33.9%로 떨어졌다. 기대할 수 있는 생애 총취업기간도 평균 21.7년에서 19.7년으로 2년 줄었다.
반면 의대 지원규모는 해마다 늘어나는 중이다. 지난해 의대 정원이 1500여명 늘어나자 지원자 규모는 처음으로 7만명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1만5151명이 늘어난 수치로 증원 대비 10배 넘는 증가폭을 기록한 셈이다.
반민특위 연구팀은 "현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 척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가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보다 전향적이고 강력한 사교육비 감소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작년 초중고 사교육비 발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N수생’ 사교육비 조사 실시 계획을 밝히며, 연내 관련 연구를 의뢰하고 올해부터 N수생 사교육비 시범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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