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특별법 국회 문턱 넘어
사용후핵연료 처리 가능해지고
원전 가동 중단 우려도 해소
부지 조사·후보지 도출 거쳐
최종 선정까진 13년 걸릴 듯
주민 반대·사회적 갈등 넘어야
지난 2월 27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고준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고준위 방폐물 포화로 원전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해당 특별법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하위법령을 신속하게 제정하고,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건설·운영을 포함한 핵심 기술을 로드맵에 따라 차질 없이 개발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또한 영구처분장과 중간 저장시설의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주민 반대와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과제다.
■47년만에 고준위 방폐물 법안 마련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10대 원전 운영국 중 고준위 방폐장 계획이 없었던 국가는 인도와 우리나라 단 두 개국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법안 통과로 원자력 업계의 오랜 숙원이 해결됐다. 지난 1978년 고리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쌓였던 고준위 방폐물을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국민적 공감대 속에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보수·진보 정권을 넘나들며 약 10년간의 준비 과정과 두 차례의 전국 규모 공론화(2013~2015년, 2019~2021년), 국가정책 수립(2016년, 2021년), 그리고 20대부터 22대 국회에 걸쳐 발의된 12건의 법안 논의 등 수많은 갈등 과정을 거쳐온 끝에야 힘겹게 법안이 마련됐다.
고준위특별법 통과로 사용후핵연료 포화로 인한 원전 가동 중단에 대한 우려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고준위 방폐물을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하는데,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한울원전(2031년), 고리원전(2032년) 등이 차례로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고준위특별법을 통해 고준위 방폐물의 영구 처분장을 마련하지 못하면, 원전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주민 수용성 확보 등 난제
고준위특별법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저장 및 처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법안은 △국무총리 소속 관리위원회 설치·운영 △관리계획 수립·시행 △관리시설의 부지 적합성 조사 및 부지의 선정절차 △관리시설 유치지역 지원 △안전관리 기술개발 사업 및 전문인력 양성 사업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우선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방폐물관리위)' 설치다. 방폐물관리위는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적합한 위치를 선정하기 전에 부지 적합성 조사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주민에 대한 지원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부적합 지역을 먼저 배제한 후 적합 지역 후보지를 도출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적합 지역 후보지를 분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약 1~2년으로 예상된다. 이후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기본 조사를 진행할 공모 신청을 받고, 지표 및 심부 지질구조 정밀 조사를 거쳐 예정 부지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전체 과정을 거쳐 최종 부지를 선정하는 데 최소 13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고준위 방폐장이 들어설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이번 특별법을 통해 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 근거가 마련됐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이 들어서는 만큼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1986년 이후 영덕, 울진 등 방폐장 부지 선정을 추진했음에도 주민 반대로 9차례나 무산된 사례가 있다.
다만 최근 저출산과 지역 소멸 위기가 심화되면서, 과거보다 지역사회가 방폐장 유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이번에 제정된 특별법은 고준위 방폐물로부터 우리 국민과 후손의 건강과 환경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법률"이라며 "어렵게 마련된 특별법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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