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지급 지연, 납품중단 혼란 극심
MBK는 신뢰 찾을 자구책 내놓아야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 /사진=뉴스1
MBK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의 법정관리로 협력사들과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상품권 사용 중단을 밝힌 업체가 늘고 있고,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입점사들의 하소연도 나온다. 이러다 지난해 유통가를 대혼돈에 빠트린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국의 선제적 관리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가 지난 4일 기습적으로 신청한 기업회생절차가 받아들여져 법원 관리 상태가 됐다. 하지만 MBK는 법정관리 신청 전 기업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보다 자산 회수에만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책임한 '먹튀' 행보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직전까지 법인과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기업어음(CP)을 팔았고 앞서 열흘 전까지도 단기채를 발행해 운영자금을 조달했다고 한다. 투자자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MBK가 10년 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부터 시장에서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7조2000억원에 사들이면서 고가 논란이 일었고, MBK는 이 비용을 고스란히 홈플러스 명의 대출금으로 충당하는 수법을 썼다. 실제 전체 인수비용의 절반에 이르는 3조1000억원을 홈플러스 주식 담보 대출금으로 조달했다. 2조4000억원은 블라인드펀드로 해결했다. 지난 2016년부터 2023년까지 대출에 따른 이자비용이 3조원에 육박한다.
대주주가 자산 회수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급변하는 유통환경에서 홈플러스 경영이 개선될 리 만무했다. MBK의 인수 후 영업이 종료됐거나 종료를 앞둔 점포는 25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완전히 문을 닫은 점포가 14개다. 그러면서 알짜 점포는 차례로 팔아치워 전체 수익성은 더 악화됐다. MBK가 홈플러스 자산을 팔아 갚은 인수 차입금이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시장은 추산한다.
홈플러스는 정상영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은 혼란스럽다. 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은 이미 홈플러스 납품 제품 출하를 정지했다. CJ제일제당, 오뚜기 등 주요 식품업체들도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한다. 중소 판매업자들은 지난 1월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자금회전이 빠듯한 중소기업의 경우 납품대금 지급이 장기간 지연되면 회사가 존폐 기로에 놓일 수 있다. 여기에다 상품권 제휴사들은 변제 지연 등을 우려해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막았다고 한다. 영업이 순조롭지 못하면 현금이 줄고 정산은 계속 미뤄져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다. 시장 신뢰부터 찾는 것이 급선무다.
MBK가 직접 나서서 사태를 수습하고 성실한 자구책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병주 회장이 사재를 내놓는 방법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을 수 있다. 더불어 사모펀드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책임경영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당국은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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