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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논문 7편' 기준 못 채워 재임용 탈락한 교수…대법 "처분 정당"

임용 기간 만료 전 논문 게재예정증명서 제출
'재임용 거부' 처분 두고 하급심 판단 엇갈려
대법 "연구실적물로 인정받으려면 원본 제출해야"

'A급 논문 7편' 기준 못 채워 재임용 탈락한 교수…대법 "처분 정당"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논문 기준을 채우지 못한 교수에 대한 재임용을 거부한 대학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교수는 논문 원본이 아닌 논문이 게재될 예정이라는 내용의 증명서를 제출했는데, 이를 해당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A 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15년 4월 국내 한 대학 부교수로 임용된 A 교수는 임용 기간 만료를 앞둔 2021년 12월 대학 측으로부터 재임용 거부 통지를 받았다. 해당 대학은 재임용을 위한 필수학술논문 발표 기준을 '국내 A급 학술지 논문 7편'으로 규정했는데, A교수가 1편만 제출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A 교수는 추가로 학술지에 논문 2편을 게재하고, 재임용 기간 만료일인 2022년 2월 28일 논문 4편에 대한 '게재예정증명서'를 발급받아 대학에 제출했다. 하지만 대학은 재임용 거부를 확정다.

A 교수는 교원소청심사위에 재임용 거부 통지의 취소를 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임용기간 내 원본을 제출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A 교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 교수 측은 "논문 게재예정증명서를 제출한 것만으로도 해당 논문은 연구실적물로 인정돼야 한다"며 "일부 서류 미비를 이유로 연구실적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지나치며, 재임용을 거부한 것은 합리적 기준에 기초한 공정한 심사가 결여된 것으로,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소청심사 청구 기각 결정에 하자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A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출판·게재되기 전 논문 초안의 내용이 재임용 심사 대상조차 되지 못한 점 △게재 예정인 논문 작성을 위해 연구 업무를 수행해왔으므로 임용 기간 내 학문연구에 관한 실적으로 볼 여지가 충분한 점 등을 들어 학교가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공정한 심사를 거치지 않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학교 측이 재임용 심사에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논문이 연구실적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임용 기간 만료일까지 그 원본이 제출돼야 한다"며 "게재예정증명서만으로는 구체적인 논문의 내용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게재가 확정되지 않은 논문 초안만으로 심사를 한다면 심사의 공정성을 저해하게 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약 7년의 임용기간 중 최소 7건의 논문을 게재하도록 요구한 것이 과다하다고 볼 수도 없다"며 "이는 임용 심사기준 중 하나인 '학문연구에 관한 사항'으로서, 연구실적을 평가하기 위한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라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