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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국민 98% "사후피임약 처방전 없이 살 수 있어야"...상업화 급물살

日국민 98% "사후피임약 처방전 없이 살 수 있어야"...상업화 급물살
일본 드러그스토어. 연합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방지하는 사후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가 사후피임약 상업화를 반대하고 있으나 대다수 국민이 절대적인 찬성인 상황으로 곧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1월부터 사후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시험적으로 판매하는 사업이 올해도 연장된다.

당초 시험 판매는 지난해 3월까지였만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올해 3월까지 연장됐다. 후생노동성은 내년 3월 말까지 추가 연장을 검토하고 있으며 시험 판매를 담당할 민간 사업자 모집도 시작했다.

사후피임약은 성관계 후 원칙적으로 72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높은 확률로 임신을 방지할 수 있다. 복용이 빠를수록 효과가 크다. 주로 피임 실패나 성범죄로 인한 원치 않는 임신을 막기 위해 사용된다.

일본에서 사후피임약은 의료용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구매하려면 의사의 진료와 처방전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진료비와 약값을 포함하면 1~2만엔(약 9만8000원~19만6000원)의 비용이 든다. 병원 휴진일이나 원거리 거주로 인해 약을 제때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으며 의사에게 사정을 설명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시판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험 판매에 따라 현재는 약사와 면담을 조건으로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339개 약국에서 7000~9000엔에 구매할 수 있다.

의료계는 여전히 사후피임약의 시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산부인과의사회는 후생노동성 검토회의에서 △약물 전매 가능성 △성범죄 악용 우려 △남성이 피임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전세계적으로 사후피임약은 약 90개 국가·지역의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일본보다 규제가 덜한 국가에서는 가격도 일본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사후피임약의 시판 논의는 2011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의료용 의약품으로 승인된 이후 여러 차례 이뤄졌지만 번번이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보류됐다. 성범죄 악용 및 남용 가능성이 주요 반대 이유였다.

이후 2020년 일정 조건 아래 시판을 검토한다는 방침이 포함되며 논의가 재개됐다. 2021년에는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검토를 지속한다"는 쪽으로 정부 입장이 변화했다. 특히 2022년 말 후생노동성이 모집한 공공 의견에는 4만6000여건의 의견이 제출됐으며 약 98%가 시판에 찬성했다.

논의가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지난 2월 후생노동성 검토회의에선 일본약제사회 관계자가 "아직도 추가 조사가 필요한가"라며 빠른 결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도 사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취급하고 있어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