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 금융사들의 자본성증권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금융지주, 증권, 보험사가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금조달과 동시에 재무건전성을 동시에 꾀하고 있어서다. 홈플러스 여파에도 금융사 채권이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수요를 흡수하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자본성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 명단에 총 8개 금융사가 이름을 올렸다. KB손해보험, 하나금융지주, 농협손해보험, 흥국화재, 한화생명, ABL생명, 현대해상, 메리츠금융지주 등이다.
자본성증권은 회계상으로 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를 가리킨다. 현금 확보와 재무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금융지주사, 은행, 보험사들이 이같은 자본성증권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먼저 KB손해보험은 지난 5일 후순위채 3000억원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6210억원 규모의 자금이 몰렸다. 이어 하나금융지주는 6일 신종자본증권 2700억원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총 699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목표치의 두 배가 넘는 규모가 들어온 것이다. 이에 회사는 목표치보다 증액한 4000억원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도 7일 1000억원 발행을 위한 사전청약을 진행한 결과 5800억원의 기관 자금이 몰렸다. 이 외 흥국화재는 오는 12일 신종자본증권 2000억원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이어 차례로 한화생명, ABL생명이 오는 17일~18일, 현대해상과 메리츠 금융지주가 이달 말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통상 수요예측 후 일주일 후 회사채 발행이 된다. 지주사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집중하는 것은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과 기본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BIS비율은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중을 나타낸 것으로, 은행의 자본적정성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은행들 역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BIS 총 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BIS 수치는 13% 수준이다.
또 보험사들이 자본성 증권 발행을 늘리는 데는 지난 2023년 도입된 자본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제도(IFRS17)와 K-ICS·킥스 비율이 지난해 도입됨에 따라 기존 RBC 제도 대비 요구자본이 증가하며 자본적정성 관리가 강화됐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K-ICS 도입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보험사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가 분기당 1조원 내외에 그쳤으나 하반기부터 발행이 크게 늘며 3·4분기와 4·4분기기 발행액이 각각 3조4000억원, 4조1000억원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자본확충 수요가 지속되며 올해 2월말까지 2조1000억원의 자본성증권이 발행됐다.
신종자본증권의 매매 차익은 비과세다.
신종자본증권은 유사시 투자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을 붙여 발행하는 자본증권의 일종이다. 만기가 되면 갚아야 하는 부채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조건부자본증권으로 불린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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