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7년 분쟁 끝낸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속도

어피니티, 보유 지분 전량 매각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 컨소시엄 사이에 벌어진 풋옵션(특정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분쟁이 7년 만에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기업공개(IPO)와 금융사 인수합병(M&A) 등에 나설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어피니티는 지난 7일 교보생명 지분 9.05%를 일본계 SBI그룹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날 싱가포르투자청(GIC)도 교보생명 지분 4.5%를 신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했다. 양사의 매각 단가는 투자 원금(24만5000원·액면분할 전 기준)보다 소폭 낮은 주당 23만4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어피니티와 GIC, EQT파트너스,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 4개사가 구성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지난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사들였다. 컨소시엄은 2018년부터 풋옵션을 행사했으나 신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대치 상태를 지속해왔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EQT파트너스, IMM PE도 조만간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풋옵션 분쟁은 해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풋옵션 분쟁이 해소 국면에 들어서면서 교보생명은 미뤄졌던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부터 지주사 전환 검토를 지속해온 교보생명은 2023년 본격적인 지주사 전환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교보금융지주 설립은 신 회장의 숙원이다. 이와 관련,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는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 작업과 미래지향적 도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손해보험, 저축은행, 캐피털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신성장 동력 발굴 △관계사 간 시너지 창출 등을 통한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주사 체제가 그룹 전체의 재무 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신용도 향상 및 자금조달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 및 시가총액 측면에서도 금융지주 전환이 긍정적이다.
메리츠금융지주의 경우 단일 지주사 체제 전환 1년 후 주가가 두배 넘게 올랐고, 시가총액은 10조원을 돌파했다.

주주환원정책 시행 여부도 관심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보험주가 지금껏 저평가돼온 상황이나 교보생명이 업계 톱3 생보사로 안정적인 이익을 내왔다"며 "풋옵션 분쟁을 완전히 해소하려면 시장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주주환원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