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 10.6%에 장려금 등 더해
노조 요구 총 3000만원 넘어서
他 방산업체도 7~8% 요구할 듯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가 올해 임금인상 요구안으로 기본급 10.6% 인상을 제시했다. 이는 삼성전자 노사 잠정 합의 인상률(5.1%)의 두 배 수준으로, 지난해 방산업계 최고 실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의 이번 요구가 다른 방산기업들의 임금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노조, 요구 규모 3000만원 상회
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0.6%(40만2800원) 인상을 요구했다. 타결금과 생산성향상 장려금(각 1500만원)을 포함하면 전체 요구 규모는 3000만원을 넘어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11조2462억원, 영업이익 1조724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43%, 190% 성장했다. 특히 4·4분기 영업이익은 8925억원으로, 증권사 예상치(5309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사측은 이미 기본급의 710%와 일시금 500만원을 포함한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임금협상에는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내에는 2~3개의 노조가 있어 각 노조의 의견을 조율하고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높은 임금인상률이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방산업계 전체 영업이익은 지난해 처음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곤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는 "기업마다 경영철학과 문화에 따라 임금과 처우가 달라질 수 있다"며 "한화는 최근 3세대 경영체계가 자리 잡으며 큰 보상체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각 기업의 상황과 오너의 철학에 따라 차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처우개선 기대감, 현실은 '온도차'
이처럼 전문가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임금인상 요구가 업계 전반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지만, 모든 기업이 동일한 수준의 인상률을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분석했다. 기업별 실적과 경영 상황에 따라 임금협상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김미정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등 글로벌 베스트셀러 제품을 보유해 추가적인 마케팅·영업 비용이 적게 드는 구조"라며 "높은 인상률이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모든 기업이 이를 따라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부연구위원은 "업계에서는 최소한 매출 증가에 걸맞은 수준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두자릿수 인상안을 타결할 경우 다른 방산 기업들도 최소 7~8% 수준의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실적 호조에 방산업계 내부에서는 임금인상 수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2771억원, 영업이익 230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42%, 23.8% 증가했다. 매출액은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LIG넥스원은 실적 호조에도 성과급과 임금인상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된 상황이다.
LIG넥스원은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기본급의 105%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한다. 1인당 평균 성과급은 약 500만원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방산업계는 대부분 중·장기 국방계획에 따라 프로젝트가 진행돼 사업 전망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며 "이러한 예측 가능성 때문에 임금과 처우가 다른 산업에 비해 크게 변동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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