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허락할 때 많이 다니겠다"
트로트 공연 직관에 팬미팅까지
백화점 문화센터 참여율도 급증
여행·레저·건강 소비 큰손 부상
#1.그동안 맞벌이를 하는 딸을 위해 손녀를 봐주던 최씨는 올해 육아퇴직을 선언했다. 남편이 퇴직을 하면서 함께 여행을 다니기로 했기 때문이다. 올여름 이탈리아 돌로미티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최씨 부부는 "그나마 한 살이라도 젊고, 건강이 허락할 때 많은 곳을 여행을 다니고 싶다"며 딸에게 말했지만, 당장 시터를 구해야 하는 딸은 난색을 표했다. 그래도 최씨는 "니 애는 니가 봐야 하는 거 아니겠느냐"며 단호히 거절했다.
#2.트로트가수 황씨에 빠진 이씨는 퇴직을 했지만 오히려 더 바쁘다. 난생 처음 직접 콘서트도 예매하고, 팬미팅도 가고 굿즈도 사는 등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닉네임으로 불리며 팬클럽 친구들과 교류할 때면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 제2의 인생을 다시 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오늘도 '덕질'에 여념이 없다.
집에서 육아를 돕거나 소일거리를 하던 과거의 '뒷방 늙은이'는 이제 옛말이다. 새롭게 등장한 젊은 노인들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하고,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특히 은퇴 후에는 많은 시간적 여유가 생긴 만큼 본격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한 도전도 서슴지 않는다.
■경로당 발길 끊고 동호회 참여 늘어
9일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로당 이용률은 2008년 46.9%에서 2023년 26.5%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과거 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오던 경로당을 찾는 발걸음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반면 노인들의 친목단체나 정치사회, 동호회 참여율은 증가세를 보이며 이제 단순한 친목을 위해 모였던 경로당보다는 개인의 관심사에 따른 사회적 모임을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력과 시간적 여유를 갖춘 새로운 노년층들은 취미생활 찾기에도 적극적이다. 이에 과거 전업주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마트나 백화점 문화센터를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롯데문화센터 전체 수강생 중 5060세대 비중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10%p 증가하며 시니어 관련 강의도 다양해졌다. 이번 봄학기에는 '덕재쌤의 틀어진 체형을 바로잡고, 늙지 않는 비법'과 '바디핏 근력운동 저속노화편' 등이 개설됐다. 항노화 전문의와 함께하는'건강하게 나이드는 피부 관리법' '마스크팩 D.I.Y(직접 만들기)' '시니어 헤어 스타일링' 등도 인기다.
■여행업계 큰손 …즐기면서 산다
건강과 재력,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이들을 주목하고 있는 곳은 여행업계다.
노랑풍선은 2025년 여행시장 전망 리포트에서 '60~70대 뉴 시니어의 급부상'을 지목했다. 실제로 60대 예약 비중은 24.6%로 집계된 가운데, 70대 여행객도 최근 1년간 70% 이상의 신장률을 나타냈다.
이들은 활동적이고 자립적인 여행태도와 함께 안전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60~70대 뉴시니어는 높은 구매력을 바탕으로 여행, 레저, 건강 관련 소비에 적극적"이라며 "더 편안한 숙소, 여유로운 일정 등 이들을 겨냥한 맞춤형 프리미엄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세대 문화 바꾸는 세대 될 것
이처럼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자아 실현과 사회참여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이들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노년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강남대 실버산업학부 김정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건강이 받쳐주는 데다 교육 수준도 높아 자아 실현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면서 "나이 드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한다. 사회의 원동력을 가져다 주는 노인이 많아지며 새로운 노년문화를 형성 중"이라고 분석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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