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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한국 제조업 부진 지속"… 씨티, 한국 성장률 1.2%로 0.2%p 하향조정[경제 곳곳 경고등]

제조업 생산 1년새 8% 감소
2월 반도체 수출도 마이너스
美 관세 예고에 리스크 확대

국내 경제를 지탱한 제조업이 올해 크게 부진할 것이라는 비관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1월 전 산업 생산이 크게 부진한 데다 특히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생산이 1년 새 8% 가까이 감소한 결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반도체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가운데 트럼프 관세 리스크가 남아 있는 만큼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지난 4일 발표된 통계청 '1월 산업활동동향'을 두고 국내 제조업 경기에 대해 큰 우려를 표시했다.

바클레이스는 "1월 생산 부진은 코로나19 충격 이후 최대"라며 "예년보다 앞당겨지고 길어진 설 연휴와 함께 경기 모멘텀 고점 경과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1월 전 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2.7% 줄어 지난 2020년 2월(-2.9%) 이후 4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히 1월 제조업 생산이 전월 대비 2.4% 감소하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4.2% 축소됐다. 지난해 제조업 생산이 내수 부진에도 전년 대비 4.2% 성장하며 양호한 흐름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업황 부진이 심각하다. 지난 1월 반도체 제외 산업생산지수는 1년 전보다 7.9% 하락하면서 2020년 5월(-16.5%)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도 2.6% 뒷걸음쳤다.

문제는 반도체도 최근 부진하다는 것이다. 반도체 생산(계절조정지수)은 지난해 10~12월에 3개월 연속 3~4%대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지난 1월에는 0.1% 상승에 그쳤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3.0%)도 중국 반도체 업체의 범용메모리 저가물량 공세에 1년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제조업 생산지수를 산출할 때 반도체 제조업의 가중치가 다른 업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반도체 생산·수출 감소세가 이어질 경우 국내 제조업 부진은 가속화될 수 있다. 실제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주춤하면서 1월 제조업 생산·출하는 각각 2.4%, 6.2% 감소했다.

이에 더해 미국 트럼프 정부가 반도체를 포함한 제조업 전반에 관세 보복을 예고한 상태여서 하방 리스크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HSBC는 "반도체 수출 둔화를 감안하면 제조업 부진은 2월에도 계속될 가능성, 소매판매 감소세 전환과 함께 건설투자 등 투자 부진이 지속되면 1·4분기 성장률이 더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관세 역풍이 한국 수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같이 국내 경제의 '성장엔진'인 제조업이 전방위적으로 위축되면서 국내 경제성장률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엔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전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28.0%(명목 부가가치 기준)로 미국(10.3%), 일본(20.3%), 독일(20.4%) 등보다 높다.

실제 씨티는 1월 산업 생산이 악화한 것을 감안해 발표 직후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1.2%로 0.2%p 하향 조정했다. 씨티는 "제조업 생산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및 반도체 생산장비의 부진으로 급감했다"며 "반도체 생산장비 관련 투자의 위축이 제조업(기계 장비), 서비스업(도매업), 설비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