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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례 표적 재확인 절차 미이행" 人災 드러났다

포천 민가오폭 중간 조사결과
이영수 공군총장 대국민 사과
"초유의 오폭사고 통렬히 반성"

"세차례 표적 재확인 절차 미이행" 人災 드러났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오른쪽)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KF-16 오폭 사고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6일 경기 포천 민가지역에 투하된 전투기 오폭 사고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군의 무사안일주의와 기강 해이로 인한 어이없는 인재(人災)였음이 드러났다. 공군측은 재발방지를 위해 교차 검증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대전 강국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린 상황에서 뒤늦은 '사후약방문'식 조치라는 지적이다.

공군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발표한 전투기 오폭사고 중간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조종사가 세 차례 이상 표적을 재확인해야 함에도 이러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사고를 낸 전투기 2대의 조종사들은 사고 전날 비행 준비를 하며 다음 날 실무장 사격을 위한 좌표를 입력했다. 1번기 조종사가 표적을 포함한 경로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비행임무계획장비(JMPS)에 입력했는데, 이 과정에서 표적 좌표가 잘못 입력됐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공군은 "이들은 좌표 입력이 올바르게 됐는지 재확인을 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첫 번째 확인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륙 전 최종점검단계에서 1, 2번기는 경로 및 표적 좌표를 재확인했는데 이 과정에서 1번기 조종사는 입력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정해진 탄착시각을 맞추느라 조급해져 표적을 정확히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맹목적으로 '표적 확인'이라고 통보하고 폭탄을 투하했다.

일단 투하되면 대규모 폭발과 함께 자칫 대형 인명 참사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단순히 시간에 쫓겨 최종 확인을 부실하게 했다는 점에서 과연 막강 군사력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군의 현주소가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1번기 조종사는 비행준비 과정, 이륙 전 항공기 점검 과정, 표적 육안확인 과정 등 전 임무과정에 걸쳐 적어도 세 차례 이상 표적을 재확인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를 관리·통제해야 할 부대장의 지휘·감독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대장이 실무장 연합·합동 화력훈련임을 감안해 조종사들의 비행준비 상태를 적극 확인, 철저하게 감독했어야 하나 일반적인 안전사항만을 강조했을 뿐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세밀한 지휘·감독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문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공군이 국민의 안전에 위해를 가했다"며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였고, 다시 일어나서도 안 될 사고"라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 총장은 이어 "초유의 오폭 사고로 국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다치게 하고, 재산피해를 입힌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불의의 부상을 당한 노곡리 주민들과 장병들에게도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아직 병상에 계신 분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책임은 참모총장인 제게 있다"며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뼈를 깎는 각오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군 당국은 피해 주민들의 신속한 일상 복귀를 위해 조속한 피해복구와 의료 지원, 심리 치료 및 충분한 배상 등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