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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원전동맹, 두달만 위기 봉착..美측 ‘韓 민감국가 지정’ 비공식 확인

외교부, 美에너지부 민감국가 지정 동향 확인
북중러 적대국 수준 기술협력 제한될 수도
원전 동맹-조선업·첨단기술 협력 차질 우려
과기장관 "日처럼 장관들 방미해 협상해야"
다만 담당 백악관 실장 공석..내달 협의할 듯
외교가에선 민감국가 영향 미지수 관측도


한미 원전동맹, 두달만 위기 봉착..美측 ‘韓 민감국가 지정’ 비공식 확인
[두코바니(체코)=AP/뉴시스]지난 2011년 9월27일 체코 두코바니에 있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의 냉각탑 4개의 모습.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에드F 등 3개 에너지 회사가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의 최신 원자로를 건설하기 위해 경쟁할 것이라고 체코 당국이 30일 밝혔다. 2022.11.30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한국과 미국이 지난 1월 약정(MOU)을 맺은 이른바 ‘원자력발전소 수출 동맹’이 불과 두 달 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에너지부가 우리나라를 '비(非) 민감국가'에서 ‘민감국가’로 재지정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돼서다. 민감국가로 분류되면 원전을 비롯해 에너지 및 기술 교류 전반이 어려워진다. 현재 민감국가로 분류된 곳은 중국, 러시아, 북한, 시리아 정도다.

우리 정부는 이를 비공식 채널로 확인해 미측과 소통 중이다. 외교·통상당국은 물론 미 에너지부의 카운터파트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함께 대응 중인데, 필요하면 장관들이 긴급 방미해 협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민감국가 분류 움직임을) 비공식 제보를 받아 상황을 파악하는 중인데, (미 에너지부가) 최종 확정된 건 아니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적어도 한국을 비 민감국가에서 민감국가로 재분류하려는 움직임이 공식 확인됐다는 걸 의미한다.

민감국가 분류 동향은 전날 언론보도로 전해졌다. 내달 15일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하는 방안을 두고 미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내용이다. 외교당국은 보도 전부터 이를 비공식적으로 확인했고, 미측과 소통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이 '상대를 당황시킨 후 실익을 거두려는'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 일환인지는 아직 불분명한 실정이다.

우리 외교당국이 기민하게 대응하는 건 민감국가의 파급력 때문이다. 민감국가는 국가안보·핵 비확산·지역 불안정·경제안보 위협·테러 지원 등을 이유로 정책상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로, 지정되면 기술협력 전반에 규제가 걸린다. 기존 지정국 중국, 러시아, 북한, 시리아 등이 적대국인 이유다.

당장 타격이 예상되는 건 원전 협력이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을 비롯해 원전 수출 때마다 훼방을 놨던 미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최근 한국수력원자력과 수출 협력 합의를 했는데, 그 바탕인 한미 원전 수출·협력 원칙 약정이 민감국가 분류 시 악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요청했던 해군 함정 유지·정비·보수(MRO) 등 조선업 협력, AI(인공지능)과 양자 등 첨단기술까지 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한미 원전동맹, 두달만 위기 봉착..美측 ‘韓 민감국가 지정’ 비공식 확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키르기스스탄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방미까지 각오한 비상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상임 과기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이 미 관세 대응을 위해 관계장관이 미국을 찾아 협상한 것을 언급하며 “외교·산업·과기장관이 직접 방미해 협상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민감국가 분류 정책을 주도하는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이 아직 공석이라 당장 협의가 이뤄지긴 어려워 보인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실장 지명자가 이달 말에는 미 의회 인준을 받고 취임할 전망이라 본격적인 논의는 내달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부가 비상이 걸린 가운데, 외교가에선 민감국가 지정으로 기술협력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제한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 지정국이 적대국 위주라 동맹국이 지정될 경우 어떤 양상이 될지 예상키 어렵다는 점에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