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규 정보미디어부
나스닥이 2년6개월 만에 최대 낙폭(-4%)을 기록하면서 'AI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뉴욕증시를 떠받치던 애플과 엔비디아, 테슬라 등 7개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 7'의 시가총액이 하루 새 약 7700억달러(약 1123조450억원)가 증발했다. 대형 헤지펀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창립자이자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폴 싱어는 최근 인터뷰에서 "AI는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실질적인 가치 측면에서 한계를 넘어섰다"며 "쓰임새가 있고 계속 쓰임새가 만들어지겠지만 과장된 면이 많다"고 말했다.
아직 AI 기술 발전과 실생활의 쓰임새에서는 괴리가 있다. AI가 업계 최고 화두로 떠올랐지만, 챗GPT에 고민상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딱히 일상이 달라진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는 아직 AI 없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느끼는 효용성은 떨어진다는 게 거품론의 배경이다.
그러나 업계를 출입하는 기자 입장에서 이는 미국의 미래학자 로이 아마라가 제시한 '아마라의 법칙'에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우리는 단기적으로 기술의 영향을 과대평가하고, 장기적으로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아마라의 법칙은 기술 변화 초기에 사람들이 체감하지 못하거나 실망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용어다. 초반엔 기대가 컸다가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 실망감을 느끼지만, 시간이 흐르면 점진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AI에 대한 실망감에 빠진 미국을 보며 기대감에 찬 중국은 미소 짓고 있다. AI 기술이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AI판 '스푸티니크 사태'로 불리는 딥시크 등장 이후 중국은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 홍콩 항셍테크 지수는 올해만 20% 넘게 상승했다. 지수를 끌어올린 건 알리바바를 필두로 한 중국의 대형 기술주들이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걱정스럽다. 국가적 차원의 AI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계엄과 탄핵'이라는 정치적 이슈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기업들은 사실상 올해 1·4분기를 날리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이렇게 우물쭈물하는 사이 기술 선도는 물 건너갔다. 다만 아직 기회는 남았다. 본격적인 AI 시대가 열릴 때를 대비해 국가와 기업이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
wongood@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