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미중 무역갈등 심화 시 달러 강세·위안화 약세↑
한은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소지”
중국 성장세 둔화되면 아시아지역 투심도 위축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모니터링 유의해야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1400원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향후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중 간 관세협상 과정에서 양국의 성장 및 통화정책 차별화가 부각될 경우 원화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중국의 경기 침체로 아시아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경우 국내 증권투자금의 유출 우려도 확산될 전망이다.
■미·중 갈등 시 원화 변동성 확대 전망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13일 ‘3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미·중 간 무역 갈등이 격화된다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화 강세와 위안화 약세가 심화될 경우 원화 가치가 달러화뿐 아니라 위안화 가치 변동에도 크게 영향 받는 점을 고려한 분석이다.
다만 위안화의 약세폭은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현재까지는 위안화 절하 정도가 크지 않은 가운데 시장에서는 중국 외환당국이 당분간 환율 안정을 우선시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위안화가 제한적인 수준에서 점진적인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은은 중국의 성장세 둔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아시아지역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돼 국내 외국인증권투자 자금의 유출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미·중 간 금융시장 차별화 진행 상황과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 및 환율움직임에 대해 계속 유의하며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미국과 중국 금융시장 지표는 양국 간 경제 펀더멘털 격차 및 이에 따른 통화정책 기조 차이 등으로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여왔다”며 “트럼프 신정부 출범 이후 차별화 정도가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금융시장 차별화 지속 가능성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서 미국 경제는 비교적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중국은 소득 여건 악화,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소비가 둔화되는 가운데 구조적인 취약성(△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일자리 부족 및 임금상승세 둔화 △부동산 가격 하락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등)이 성장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화정책의 경우 미 연준의 금리인하는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중국의 통화정책은 완화적으로 운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12월 열린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온건’에서 ‘적절히 완화적(moderately loose)’으로 수정하며 더욱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더해 대규모 에너지·인공지능(AI) 투자계획, 대규모 감세, 규제완화 등 친기업 정책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 추진이 미국 경제의 성장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나, 중국 경제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정부 1기와는 달리 중국의 대미 수입의존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관세 이외에 △반독점 조사 △사이버 보안 심사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 △투자 제한 등 다양한 대응 수단들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부정적 영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미·중 금융시장의 차별화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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