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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직전의 종목만 샀다"..한국 개미들 때문에 미 증시 망가졌다?

미국 자산운용사 '오징어 게임 주식 시장' 제목의 보고서
미 증시 ETF쏠림·특정 주식 급등락 배경에 한국 투자자 지목

"붕괴 직전의 종목만 샀다"..한국 개미들 때문에 미 증시 망가졌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 포스터.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최근 미국의 주식 시장이 한국의 주식 시장 형태를 따라가고 있는 가운데 서학개미라 불리는 한국인 투자자들의 유입으로 이같은 상황이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빗대 '오징어 게임 주식 시장'이라고 불렀다.

근거로 미국 주식시장에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쏠림, 특정 섹터 주식의 급등락 등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에 한국 개인 투자자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자산운용사 '아카디안'의 오웬 라몬트 수석 부사장은 '오징어 게임 주식시장(The Squid Game stock market)'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미국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주식시장에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개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시장이 점점 한국화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라몬트 부사장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가져온 이유도 설명했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은 평범한 한국인이고 빠른 시간에 부자가 되려고 큰 위험을 감수한다. 또 규칙도 모른 채 기괴하고 폭력적인 사건에 휘말린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유사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등장인물처럼 나타났고 이들은 빨리 부자가 되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는 특성을 보였다. 그 결과 기이하고 폭력적인 형태로 주가를 움직인다는 게 라몬트 부사장의 분석이다.

라몬트 부사장은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지난해 기준 1121억 달러(약 163조원)로 미국 증시에서 전체 시가총액(62조 달러)이 0.2%에 불과하지만, 특정 틈새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자컴퓨팅 관련 주식이 급등한 사례를 들었다. 한국 투자자들이 지난해 말 1억1100만 달러(약 1610억원)를 집중 매수한 '리게티 컴퓨팅'은 한 달 만에 주가가 1400% 폭등했다. 현재 이 주식은 고점 대비 55% 하락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주식, 소형모듈식 원자로(SMR) 관련 기업, 가상자산 및 레버리지 ETF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것도 한국 투자자들이었다.


특히 한국 투자자들의 '좋지 않은' 투자 성향을 짚었다.

라몬트 부사장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 붕괴 직전, 2018년 '볼마게돈(Volmageddon)' 사태, 니콜라 사기 의혹,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등 미국 금융 역사의 재앙 직전에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관련 종목 매수가 급증했다"며 "한국 투자자들은 주식시장 붕괴 직전에 특정 종목을 집중 매수하는 패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 개인 투자자들에게 지루하더라도 인덱스 펀드를 매수하는 것이 낫다"며 "오징어 게임에 참가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선의 결정은 아예 참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