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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눈과 수면을 훔쳐가는 블루라이트의 비밀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당신의 눈과 수면을 훔쳐가는 블루라이트의 비밀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21년 기준 95%로 전 세계 1위다.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도 2022년 조사에서 5.2시간으로 세계 3위에 올랐다.

그만큼 스마트폰 과다 사용도 심각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년 발표를 보면 스마트폰 의존 고위험군이 유아·아동은 28.4%, 청소년은 37%, 성인은 23.3%, 60대에서는 17.5%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유아·아동과 청소년의 스마트폰 의존은 성장기 신체와 정신 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게 보아야 한다. 스마트폰 의존이 심할수록 활동량이 줄어들고 수면시간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교육부의 ‘학생 건강검사 표본 통계’를 보면 초중고 학생 가운데 비만 학생의 비율은 19%에 이르고, 과체중 학생 비율은 11.8%에 이른다. 체중이 정상 이상인 학생이 30%가 넘는다는 뜻이 된다.

2020년 한국 연구진이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5~8세 어린이 70명의 수면을 조사해보니 하룻밤 평균 수면시간이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대조군 아이들에 비해 30분 가량 짧았다. 더불어 이 아이들은 대조군보다 더 늦은 시간에 잠들고, 수면 지속시간도 짧고, 수면 중 깨는 횟수도 더 많았다.

아이들의 수면이 스마트폰에 의해 실제로 심각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이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렇다고 21세기 도시인으로 살면서 인공조명이나 스마트폰을 아예 쓰지 않을 수는 없다. 조명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조금이라도 멜라토닌 손실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저녁 이후 밝은 조명에 노출되는 시간과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저녁에 블루라이트 노출양이 늘어날수록 멜라토닌 분비량은 반비례하여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잠자리에 들기 전 2시간 동안과 잠을 자는 동안은 서캐디언 생체 시계가 가장 민감한 때이므로 이 시간대에 블루라이트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미 국립 직업안전위생연구소는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전부터 실내 조명을 희미하게 낮추고 TV, 휴대폰 등의 전자기기를 보지 않으면 잠들기가 훨씬 수월하고 더 깊게 잘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당신의 눈과 수면을 훔쳐가는 블루라이트의 비밀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저녁 시간에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면 블루라이트가 많지 않은 노란 조명 아래 종이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다. 같은 LED라도 색온도가 2,500~4,000K인 전구색 조명은 6,000~6,500K인 주광색 조명에 비해 블루라이트 양이 3분 1밖에 되지 않는다.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도 너무 하얀 불빛보다는 5,000K이하의 조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선호한다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보다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블루라이트 측정시스템 개발 전문업체인 플럭소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 페이퍼화이트가 방출하는 블루라이트는 화면을 최대로 밝게 했을 때 갤럭시 S5 액티브의 38% 정도이고 아이폰X와 비교하면 18%에 불과하다.

화면의 밝기를 반으로 하면 킨들의 블루라이트의 양은 갤럭시의 4.6%, 아이폰의 2.1%, 아이패드의 1.1%로 줄어든다. 태블릿과 비교하면 거의 99%의 블루라이트를 피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화면 밝기를 낮추고 디스플레이 설정을 ‘블루라이트 필터’나 ‘다크모드’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는 블루라이트를 차단해주는 필터를 붙이거나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사용하는 것도 같은 효과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낯설다는 이유로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데 익숙해지면 크게 불편하지 않다. 영양제를 챙겨 먹는 것보다 더 간단하고 효과가 좋은 건강 실천법이기에 필자는 이 방법을 꼭 권한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당신의 눈과 수면을 훔쳐가는 블루라이트의 비밀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