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상속세 징수위해 필요"
특정요건일때 제한적으로 적용
전문가 "유산취득세와 안 맞아"
다른 상속인 체납분 책임 안돼
기획재정부가 상속세 과세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연대납세의무'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각자 받은 상속재산에 대해 세금을 내는 방식인데, 다른 상속인의 체납분까지 책임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에서 연대납세의무를 완전히 폐지하지 않고, 특정 요건하에서 제한적으로 부과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상속인들이 기본적으로 각자 상속세를 부담하되, 무자력자가 있어 국세청이 상속세를 징수하기 어려운 경우 나머지 상속인이 연대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상속인 A와 B가 있는데 B가 세금 체납 및 금융부채로 인해 납세능력이 없는 경우 A가 B의 상속세를 대신 납부해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전처럼 전체 상속인에게 연대납세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조세채권 확보가 어려운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유산취득세 취지 맞지 않아"
세법 전문가들은 연대납세의무가 유산취득세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실제로 물려받은 재산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는 구조인데, 다른 상속인의 체납까지 책임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김신언 세무사는 "연대납세의무는 본래 유산세 방식에서 피상속인의 전 재산에 대한 납세 책임을 상속인에게 확대 적용한 개념"이라며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는 본질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자력자라도 상속재산을 받으면 과세당국이 이를 압류하면 된다"며 "조세채권 확보는 과세당국의 역할이지 애꿎은 상속인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연대납세의무가 절세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우자가 배우자 상속공제를 최대한 활용한 후 그 재산 범위 내에서 다른 상속인의 세금을 대신 납부할 경우 전체적인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전문위원은 "연대납세의무로 가족 간 분쟁이 발생할 수 있고, 일부에서는 절세전략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며 "이 제도가 유지될 경우 향후 세금 납부 과정에서 적용 범위에 대한 불확실성이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상속세 징수 위해 필요"
반면 기재부는 상속세 체납을 막기 위해 연대납세의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대납세의무가 없으면 일부 상속인이 이를 악용해 상속재산을 분할하고, 무자력자는 세금을 내지 않은 채 버틸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과세당국의 조세채권 확보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다만 기재부는 연대납세의무를 기존처럼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무자력자가 포함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향후 공청회 등을 통해 연대납세의무의 유지 여부와 적용 범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심충진 건국대 교수는 "유산취득세는 각자가 받은 상속재산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것이 원칙이므로, 다른 상속인의 체납을 대신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기본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부채가 많은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으로 부채를 갚아버리면 세금을 낼 여력이 없을 수도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고려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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