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대출 등 내부통제 문제 근거
금감원 2단계서 한단계 하향 결론
부실자산 정리 등 요건 충족 땐
금융위, 조건부 인수 허가 가능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진 우리금융지주가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받을 전망이다. 우리금융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보험사 인수에 걸림돌으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1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한 단계 낮추기로 결정하고, 금융위원회에 이를 전달하기로 했다. 지난 2004년 우리금융지주 사례를 제외하면 금융지주사가 3등급 이하를 받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경영실태평가는 리스크관리, 재무상태, 잠재적 충격 등으로 나눠서 살펴본다. 우리금융의 경우 내부통제 등을 다루는 리스크 관리부문과 자회사 관리 등을 다루는 잠재적 충격부문에서 점수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730억원을 포함해 모두 2334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적발한 바 있다.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에 대한 인수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우리금융이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게 되면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두 생보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올해 8월까지 인수가 성사되지 않으면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의 모회사인 중국 다자보험에 계약금 1550억원을 떼일 수 있다. 다자보험이 금융당국의 절차로 인해 매각이 지연·무산된데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3등급을 받아도 금융위의 판단에 따라 보험사 인수에 대한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에 따르면 자회사를 편입하려면 2등급 이상이어야 하지만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을 통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금융위가 판단하는 경우' 편입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우리금융지주가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고도 LG투자증권의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로 승인받은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롯데손해보험, AXA손해보험 등 매물이 쌓여 있는 데다 동양생명·ABL생명을 인수할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금융위가 결국 인수를 승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는 오는 5월께 정례회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심사기간이 얼마나 걸릴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대선 가능성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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