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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지금 큰일났어요" 분명 아들 번호인데... 경찰도 처음이라는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

"저 지금 큰일났어요" 분명 아들 번호인데... 경찰도 처음이라는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
/사진=MBC

[파이낸셜뉴스] 가족과 똑같은 전화번호로 돈을 뜯어내는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 등장했다.

17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19일, 65살 방모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발신자는 '아들'로 떴지만, 평소 아들과는 달랐다. "아빠 나 지금 큰일 났어요" "얼마 전에 친구 대신 사채 보증을 서줬는데.."라며 돈이 필요한 듯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 씨는 회사에 출근한 아들과 직접 통화한 뒤에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 후로도 아들 번호로 수상한 전화가 올 때마다 꼬치꼬치 캐묻고 나서야 끊어졌다.

이런 '지인 사칭형' 보이스피싱은 해킹으로 전화번호부를 입수한 뒤, 발신번호를 조작해 지인인 척 전화를 거는 수법이다. 특히, 조작된 국제전화나 인터넷 전화번호라도 스마트폰에서 뒷자리만 일치하면 등록된 이름이 표시되는 점을 악용한다.

이를 막기 위해 재작년 국제전화는 안내음성에 식별번호도 뜨는 대책이 도입됐다.

그런데 방씨 가족에게 걸려온 전화에는 안내도 표시도 전혀 뜨지 않았다.

경찰과 118,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연락했지만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없었고, 통신사에서도 "현재로선 대응 방법이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가족들은 결국 서로 전화를 할 때마다 가족들만 알 수 있는 '암호'를 쓰고 있다.


경찰은 국제전화 식별번호 없이 완전히 똑같은 번호를 사용한 '보이스피싱'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방씨 가족의 통화 내역을 분석하며, 휴대전화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저장된 번호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출처 불명의 인터넷 링크나 문자메시지는 절대 누르지 말라고 당부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