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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성 금통위원 “현행 임금체계서 정년 연장? 안 하는 게 낫다”...고용유연화 강조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간담회
“정년 연장 전에 임금 제도 개편부터 선행돼야
청년 고용 해결 위해서라도 고용 유연화 필요
강남 3구 거래량 상승세, 주의 깊게 지켜봐야”

장용성 금통위원 “현행 임금체계서 정년 연장? 안 하는 게 낫다”...고용유연화 강조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한국의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이유’를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현재 우리나라의 임금 체계 하에서 정년 연장을 시행하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19일 밝혔다.

장 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통합별관 컨퍼런스홀에서 ‘한국의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이유’를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용시장 유연화, 임금 체계 개편, 정년 연장이 함께 추진돼야 건강한 논의가 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장 위원은 “고용시장이 유연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년 연장을 시행하면, 고령 근로자들의 높은 임금이 지속되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 등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일본은 계약이 다 끝내고 재계약을 하는 형태로 진행한다"며 "임금을 적게 받아도 몇 년 더 일할 수 있어 근로자도 좋고 기업의 부담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년으로 고정돼있는 현행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은퇴한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2년만 더 일해서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2년 후 2년을 더 일할 수 있는 2+2년 형태의 계약이 허용되면 자영업보다 퇴직 후 재계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고용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고용시장이 경직돼 첫 직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대학을 늦게 졸업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며 "기업도 '한 번 뽑으면 끝까지 가야한다'는 인식에 공채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청년 고용이 오히려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그는 "인재 풀(Pool)만 보면 한국이 미국보다 못할 게 없지만 생산성이 낮은 것은 인재를 잘못 배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미국의 1인당 노동 생산성을 100이라고 했을 때 한국은 59에 그쳤다.

그는 장 위원은 "미국은 인품, 경험, 능력이 있으면 오래 모시려고 하고, 젊은이들도 그를 롤모델로 삼는다"며 "반면 한국은 연공서열과 순환보직제가 중심이라 이런 업무 배치가 어렵다"고 짚었다.

한편 장 위원은 정부와 서울시가 이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한 것을 두고 "이번 조치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완화된다면 한국은행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장 위원은 "금융안정 측면에서 가계부채가 너무 늘어나고 강남 3구의 주택 거래가 증가하는 것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통위가 금리 인하에 더 빨리 나섰어야 한다는 ‘실기론’에 대해서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 언급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그 당시 저희 판단으로 최선의 결정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