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등 연금연구회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근 연금 개혁 논의와 관련한 자동조정장치 도입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20일 여야가 18년만에 국민연금 개혁에 합의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하다. 인구·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한 갈등이 크기 때문이다. 자동조정장치를 두고 정부 및 여당은 재정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 및 시민단체, 양대노총은 ‘자동삭감장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자동조정장치란 △가입자 수 감소 △기대 여명 증가 △경제성장률 부진 등 거시 변수가 연금 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때 자동으로 연금 보험료율과 수급액을 조절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3%이면, 월 100만원 연금을 받던 사람은 올해 103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최근 3년간 국민연금 가입자 수가 1% 줄고 기대여명이 1% 늘 경우, 물가상승률 3%에서 두 수치의 합인 2%를 빼고 1%만 인상된 101만원을 받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도입했다. 그러나 연금액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니 실질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자동조정장치를 두고 여야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동조정장치 유무에 따라 받는 액수(지난해 9월 기준 월평균 65만4000원)가 삭감돼 가입자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에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국회 승인부라는 조건을 붙이더라도 자동조정장치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자동조정장치는) 국정협의회를 할 때 분명히 얘기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 및 시민단체간 의견도 엇갈린다. 연금연구회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주장했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지 않은 채 지급보장을 명문화하면 오히려 국민연금 재정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학주 동국대 교수는 "모수개편안과 함께 자동조정장치를 반드시 도입하겠다고 여야가 선언해야 한다"며 "여야가 연금 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국민 앞에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동조정장치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면서 "가입자와 수급자, 모든 세대가 똑같은 고통을 분담하는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가 합의한 소득대체율 43%·보험료 13%안은 재정 안정 방안으로 볼 수 없다”며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대한민국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적게 내는 만큼 연금 빚이 고스란히 쌓인다”고 말했다.
반면 양대노총과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이날 내놓은 성명서에서 “민주당이 연금개혁에 졸속 합의했다는 오명을 씻으려면 연금특위 논의에서 정부·여당이 국민의 소중한 노후소득인 국민연금을 자동으로 삭감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강력하게 저지하라”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재정안정화를 구실로 국민연금을 자동 삭감하며 연금민영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연금연구원이 발간한 ‘국민연금 자동 조정 장치 도입 필요성 및 적용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 조정 장치를 적용할 경우 2050년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평균 소득 수준 가입자의 생애 총급여는 1억2035만원에서 9991만원으로 약 16.9% 줄어든다. 다만, 매달 받는 금액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첫 연금액은 자동 조정 장치 적용 전에는 167만4000원에서 적용 후에는 164만7000원으로 2만7000원이 깎였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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