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외교 수장 회의, 협력방안 논의
대중국 교역·관광 증대 위해 노력을
조태열 외교부 장관(오른쪽),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왼쪽),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22일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태열 외교부장관 등 한중일 3국 외교수장들이 지난 22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경제 분야를 포함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제11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라는 정례적 국제회의였지만, 다른 회의와 분위기가 달랐던 것은 미국의 관세 공세 속에서 열린 한중일 회의였기 때문이다.
한중일 3국은 지리적으로 인접국이면서도 체제의 차이를 비롯한 상이한 각국의 입장으로 인해 한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웠다. 이번 회의에서도 북한의 핵 위협과 러북 군사협력 등 안보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은 의견을 같이했지만, 중국은 한반도 평화를 지지한다는 원론적 언급에 그쳐 동상이몽의 속내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3국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과 관련해서는 이해관계가 다를 게 없어 이번 회의는 어느 회의보다 주목을 받았다. 3국은 공동해결 과제로 지속가능 발전, 보건·고령화, 재난구호·안전을, 미래지향 협력 목표로 경제·통상, 과학기술·디지털 전환을 제시하면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과 패권 다툼 중에 트럼프의 관세 공격까지 받은 중국으로서는 아시아의 경제강자인 한국, 일본과의 협력을 절실하게 바라고 있을 것이다. 중국 측이 역내 경제통합 추진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확대 추진 등을 언급하며 어느 때보다 경제협력을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중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관세정책에 피해를 보고 있는 마당에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과도 협력을 강화할 충분한 명분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무역을 포함한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은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한 하나의 대응수단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며,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미국에 이어 일본에 앞선 2위 교역국이다. 중국은 여전히 거대한 수출시장이며 시장 다변화를 꾀하는 한편으로 수출을 더 늘려나가야 할 국가다. 그러나 미중 패권 다툼은 결과적으로 중국의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놓아 앞으로 중국과의 교역에서 흑자 기조를 이어가자면 기술과 상품 개발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른바 한한령 폐지와 더불어 관광과 문화 교류측면에서의 한중 화해 무드는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양국의 상호 무비자 입국 조치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 이후 크게 감소한 관광객 수를 다시 복원하고 나아가 내수진작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관광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의 수출과 화장품 등 소비재 판매 재개도 어려운 우리 경제 회복에 작지 않은 활력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기술 진전을 앞세운 중국의 주도권 추구다. 이번 회의에서도 그런 태도를 감추지 않았다. 또한 중국은 최근 서해에 해상 구조물을 무단 설치하면서 한국의 영토주권도 위협하고 있다. 물론 북한 문제 등 한반도 안보에 대한 인식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경제는 경제대로 협력을 강화하되 안보와 영토 문제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사드 문제처럼 안보 문제가 경제협력을 후퇴시키는 사례가 없지 않지만, 둘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한미일 협력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이런 전제하에서 한중일 협력도 경제와 문화 분야를 중심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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