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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반복되는 대형 산불, 국가 재난대응력 높여야

동시다발 화재로 산림 4000ha 불타
인력·장비 확충하고 매뉴얼 점검을

[fn사설]반복되는 대형 산불, 국가 재난대응력 높여야
경북 의성군 산불 이틀째인 23일 오후 단촌면 상화리 앞 산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있다. /사진=뉴스1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큰 피해를 내고 있다. 소방·산림당국이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수목이 바짝 마른 데다 강풍마저 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화재 진압대원 등 4명이 산불을 끄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까지 발생했다.

동시다발로 일어난 이번 산불의 피해는 역대급으로 크다. 지금까지 축구장 약 5000개 넓이인 4000여㏊의 산림이 불에 탔다. 또 주택과 농막 등 수백채가 잿더미가 됐다. 애써 가꾼 숲과 삶의 보금자리가 한순간에 불에 타 경제적 손실만 해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막대한 피해를 부른 산불의 원인이 사소한 부주의라는 점에서 국민의 심정은 허탈하기만 하다. 산청 산불은 예초기 불씨가, 김해 산불은 묘지에서 태운 불씨가 일으켰다고 한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최근 10년간 국내 산불의 절반 이상이 봄철에 발생했다. 원인은 10건 중 3건이 입산자 실화였고, 쓰레기 및 논·밭두렁 소각이 다음 순이었다.

반복되는 봄철 산불은 기후변화와도 연관이 있다. 잦은 겨울·봄 가뭄과 고온건조한 기후에 땅과 산림은 메마른다. 3만여㏊의 산림을 태우고 5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2019년 4월 강원 고성·속초 산불, 강릉·동해, 2022년 3월 경북 울진 산불도 그런 것이다. 산불은 점점 대형화하고 진화에 수십일이 걸릴 정도로 장기화되고 있다.

대형 산불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과 호주, 일본 등에서도 산불이 속수무책으로 번져 주민의 생명과 생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원인이 실화(失火)이든, 자연발화이든 건조한 날씨 속의 산불은 강력한 재해로 지진이나 태풍보다 더 크게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산불의 강도와 규모가 커지는 만큼 거기에 걸맞은 방재 체계를 갖추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반복되는 대형 산불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한 장비와 인력, 진압 매뉴얼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노후화된 헬기 교체와 진화 장비·차량 확충, 드론순찰과 같은 조기경보 확대 등 종합적 방재 인프라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산불도 지구촌 기후변화의 범주에서 바라보고 국가적 대응력을 높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자체와 당국의 산불조심 계도·예방 활동도 더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그 전에 더 중요한 것은 국민 개개인의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다. '이 정도쯤은 괜찮겠지' 하는 안전불감증이 가장 무섭다. 산불예방 수칙을 잘 지켜 발화를 막아야 한다. 산불은 천재(天災)이자 인재(人災)인 것이다.

당국은 가용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산불 진화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산불을 끄려다 생명을 잃는 인명사고는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불을 꺼야 하지만 불을 끄다 목숨을 잃는 일은 결코 재발해서는 안 된다. 안전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무리하게 인력을 진화에 투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소방당국의 정확한 판단에 따라 진화 작업이 이뤄졌다면 인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