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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선고서 '尹 탄핵' 힌트 없었다…'비상계엄' 판단 빠져

8인 재판관 '5·2·1' 의견 엇갈려…'내란죄 철회' 판단도 없어 尹 탄핵심판도 전원일치·소수의견 전망 다양

한덕수 선고서 '尹 탄핵' 힌트 없었다…'비상계엄' 판단 빠져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 날인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착석해 있다.(공동취재)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도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당초 법조계에선 한 총리에 대한 판단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의 결론을 예상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맞물리는 쟁점에 대한 판단이 나오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 사건은 선고일부터 결론까지 여전히 안갯속에 빠진 형국이 됐다.

비상계엄 선포는 한 총리 기각 사유 중 하나다. 국회는 한 총리가 국무회의를 권한 없이 소집하고 참석하는 등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적극 돕거나 묵인·방조했다고 탄핵소추서에 담았었다.

그러나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게 됐을 뿐, 이전부터 이를 알고 있었다는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거나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며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행위와 관련해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한 총리가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자 윤 대통령에게 계엄 해제를 건의했고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는 사실관계도 인정됐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헌재는 판단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탄핵소추 사유 중 비상계엄 관련은 1개에 불과하고, 한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본 만큼 적법성 여부까지는 다루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한 총리가 비상계엄에 가담했거나 묵인·방조한 것으로 판단하지 않은 이상, 더 나아가 비상계엄의 위법·위헌성을 판단할 필요는 없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 총리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한 총리에 대한 결정이 윤 대통령 사건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쟁점과 맞닿아 있는 '내란죄 철회'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의견은 분분하다. 한 총리 측이 '내란죄 철회' 부분을 적극 다투지 않았기 때문에 판단을 내놓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과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라는 의견 등이 엇갈린다.

재판관 8명의 의견이 '5·2·1'로 갈리면서 윤 대통령 사건에서 소수의견이 나올지도 관심이다. 한 총리 사건보다 쟁점이 복잡한 윤 대통령 사건에서 '전원일치'로 의견을 모으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쟁점별 의견이 다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만장일치로 결정한다는 건 평의 결과를 왜곡시키는 것"이라며 "선고 결과가 미칠 파장을 고려해 의견을 조정하는 것은 재판이 아니라 정치"라고 지적했다.

반면 윤 대통령 사건의 경우 쟁점이 보다 명확하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했을 때 전원일치로 의견이 모일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세부 쟁점을 두고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크게 대립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다르게 판단할 만한 부분이 없기 때문에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