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플, 유동화증권 잔액 1조3000억 규모…BBB+ 트리거
롯데케미칼, EOD 직전 총 7000억 규모 유동화증권 발행
홈플러스 이미지.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 여력이 달리는 기업들이 카드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무한정 유동화증권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유동화제도 개선안’이 시행되면서 비우량 기업들은 사실상 한도가 없는 VIP 카드를 손에 쥐게 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코스콤 CHECK와 이지자산평가에 따르면 단기 신용등급 A2에 해당하는 LG디스플레이가 채권시장에서 카드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찍은 유동화증권 잔액은 1조2883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2023년 1월 이후 회사채 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은 A0 수준이다. 회사채 시장에서의 잔액은 3800억원 수준이다. 이 회사가 지난 2023년 1월 발행한 회사채에는 ‘강제상환 옵션’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통상 강제상환 옵션은 발행 당시 신용등급 대비 2~3개 등급 이상 떨어질 경우 조기 상환해야 한다. 이미 현재 신용도는 발행 당시(A+) 한단계 떨어진 A0 상황이다. 두 등급만 떨어지면 트리거 조항(BBB+)에 도달한다. 트리거(기한이익상실)가 걸리기 직전 상황에서 회사는 1조원이 넘는 유동화증권을 리테일 시장에 팔아넘긴 것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1월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직전까지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총 7000억원에 가까운 규모의 유동화증권을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3년 9월 이후로 회사채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EOD 사유가 발생한 11월 직전인 10월에만 2492억원어치가 발행됐다.
8월과 9월 각각 2845억원, 1483억원 어치씩 발행됐다. 총 6820억원어치가 석달 동안 발행된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KB증권을 대표주관으로 세워 카드매출채권 유동화를 진행했다. 그리고 EOD가 해소되면서 추가로 발행량을 늘리면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1조636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자본시장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 신용도로는 회사채 시장에서 발행할 수 없는 규모"라며 "기관투자자들이 롯데 그룹 이슈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당시 유동화증권 발행은 EOD상황을 예상치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AA0 수준이지만 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롯데케미칼 유동화증권 발행에 대해 "업계 내부적으론 안좋게 보고 있다"면서 "당분간 공모시장에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카드매출채권 규모가 소액이 아닌 만큼 걱정스럽다"고 짚었다.
이 외에도 롯데건설(신용등급 A+, 등급전망 부정적), 포스코이앤씨(A+, 안정적) 역시 올해 들어 카드매출채권 유동화증권으로 올해 각각 1304억원, 3208억원어치를 발행했다.
한편 업계에선 '자산유동화 개정안 5% 룰에서 카드매출채권이 삭제'되면서 비우량증권의 무분별한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디폴트(채무 불이행) 직전 채권 찍어내기가 수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제 2의 홈플러스가 언제 나와도 이상할 게 없다는 우려다.
이 같은 사태를 키운 것은 금융당국이 기업 '봐주기'가 반영된 유동화법 개정안으로 인해 기업들이 수혜를 봤고 개인투자자들이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평가다.
카드유동화증권 구조에서 카드사들은 자산보유자로 5% 의무보유를 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허용했다. 이는 결국 신용카드사들이 신용카드 고객에 대한 크레딧 한도 관리를 하지 않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채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저신용자에게 카드 한도가 없는 VIP카드를 주고 쓰고 싶은 대로 다 써보라하고 맡긴 격"이라며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김현정 강구귀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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