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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에 해외 골프접대까지' 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 공모해 882억원 부당대출

'금품에 해외 골프접대까지' 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 공모해 882억원 부당대출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사진은 7일 서울시내 한 은행영업점 기업고객 창구. 2022.11.07. kgb@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서 882억원에 달하는 부당대출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적발됐다. 퇴직 직원이 현직 직원인 배우자와 입행 동기, 사모임 등을 친분을 쌓은 임직원들이 연루됐으며 대다수가 금품과 골프 접대 등을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의 경우 전현직 임원 4명에게 고가 사택 제공 셀프 승인 등으로 임차 보증금 총 116억원을 제공했다가 금감원에 적발됐다.

■부동산 법인 다수 가진 퇴직직원, 현직 임직원과 짜고 785억 부당대출


금융감독원은 2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최근 금감원 검사사례'를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경우 부당대출 58건, 총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과 부당 점포개설 등이 확인됐다.

기업은행에서 14년간 근무한 A씨는 퇴직 후 다수의 부동산 중개업소와 법무사 사무소 등을 본인 명의 또는 차명으로 운영했다. 그는 기업은행 현직 심사역인 배우자와 입행 동기(심사센터장, 지점장), 사모임, 거래처 관계 등을 통해 친분을 쌓은 임직원 28명과 공모하거나 도움을 받아 51건, 785억원의 부당대출을 받거나 알선했다.

A씨는 본인 소유 자식산업센터에 은행 점포를 입점시키기 위해 평소 골프접대 등으로 친분을 쌓은 은행 고위 임원에게 부정청탁을 하기도 했다. 점포 개설 직후에는 해당 임원 자녀가 A씨 소유 업체에 취업한 것처럼 가장해 2년간 자녀 계좌로 급여 명목의 금전을 지급했다.

기업은행 심사센터장이 직원 및 친인척을 동원해 실차주와 공모, 부당대출을 승인하고 금품과 법인카드를 제공받은 사실도 적발됐다.

심사센터장 B씨는 실차주와 공모해 실차주 관계사 대표를 자신의 처형으로 교체하고 입행동기(영업점의 지점장)를 활용해 부당대출 5건, 총 27억원을 신청하도록 한 뒤 직접 승인했다. B씨는 부당대출 대가로 차주사로부터 처형 명의의 급여를 수령하고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사용했다.

기업은행 현직직원이 퇴직직원에게 2억원을 투자한 후 퇴직직원 요청으로 부당대출(2건, 70억원)을 취급하고 투자금 회수 명목으로 시가 4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수수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브리핑에서 "지난달 말 기준 (기업은행) 부당대출 총 882억원의 대출잔액은 535억원으로, 이 중 95억원(17.8%)이 부실화됐다"며 "부당대출 적발 이후 대출 돌려막기 등이 어려워짐에 따라 향후 부실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제보에 따른 자체조사를 통해 이같은 조직적 부당거래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금융사고를 허위·축소·지연 보고하고, 금감원 검사기간 중 자체조사 자료를 고의로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여러 기록 삭제, 관련자 대화 등을 봤을 때 형법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선 조직적 은폐 정황이라 판단하고 있다"며 "향후 제재에서 (조직적 은폐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빗썸, 전현직 임원 4명에 수상한 임차 사택 제공..금감원 "엄중 제재

가상자산거래소 빗썸 전현직 임원 4명에게 임차보증금 총 116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사택을 적절한 절차 없이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직 임원 C씨는 적절한 내부통제 없이 본인 사택 제공을 스스로 결정했으며 전직 임원 D씨는 개인적으로 분양받은 주택을 사택으로 임차하는 것처럼 가장해 빗썸으로부터 보증금 11억원을 받아 잔금 납부에 사용했다. 이후 이 주택을 사택으로 제공하지 않은 채 제3자에게 임대해 보증금 28억원을 수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농합조합 법무사 사무장이 조합 임직원들에게 392건, 총 1083억원의 부당대출을 중개하거나 저축은행 부장이 시행사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부당 취급한 뒤 금품을 수수한 정황도 드러났다.

한 여전사에서는 투자부서 실장이 친인척 명의로 3개 법인을 설립하고 본인을 동 법인의 사내이사로 등기한 후 부당대출을 실행하고 이 대출금으로 특정 렌탈업체 관련 연계대출에 100% 투자한 사례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로 확인된 위법 부당행위에 대해 엄정 제재하고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해상충 방지 등 내부통제 실태를 점검하고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금감원의 부당대출 적발에 대해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며 "금감원 검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 빈틈없는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 지적 사항을 포함해 업무 프로세스, 내부통제, 조직문화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쇄신책을 조만간 낼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