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앞에 아파트 시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번복으로 대출 수요가 자극될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면밀한 관리를 당부했다. 현재 가계대출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당국의 '오락가락' 규제로 외려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부채 담당 실무진은 금융당국과 토허제 재지정 이후 시장과 가계대출 동향 등을 점검하고 갭투자 등 투기적 대출수요 차단을 위한 추가대책을 논의했다. 토허제 재지정 직후 가계대출 관리와 수도권 지역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에 따른 후속조치다.
이날 당국은 은행들에게 이번에 토허제로 지정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달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진정세를 보이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내달까지 계속 안정될 수 있도록 관리를 강조했다. 토허제 번복으로 가계대출이 재차 뛸 상황에 대비해 규제 강화에 대해서도 논의했지만, 추가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실제 은행권에서는 현재 가계대출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달 들어 주택 매수 심리가 한풀 꺾이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라앉았다는 분석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4일 기준 738조414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말(736조7519억원)에 비해 1조6623억원 늘었다. 두 달 연속 증가세지만, 전월 3조931억원 급증에 비하면 증가폭이 크게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월말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이달 들어서 대출 잔액 증가세가 꺾였다"며 "대출 선행지표라 볼 수 있는 접수건수도 1, 2월에 비해 크게 늘어나지 않아 비슷한 추이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우선 은행들은 대출 빗장을 걸어잠궈 선제적인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하나은행은 오는 27일부터 다주택자에게 서울 내 주택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신규로 내주지 않기로 했다. 서울 지역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도 중단한다. 우리은행은 28일부터 1주택 이상 보유자를 대상으로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소재 주택구입을 위한 신규 주담대를 막는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 21일 서울 지역 조건부 전세대 취급을 중단했으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은 작년부터 다주택자 신규 주담대나 조건부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
가계대출 정책과 지침이 불과 한 달도 안 돼 바뀌면서 은행과 대출수요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당국은 '대출금리도 내릴 때가 됐다'며 은행을 압박했지만, 토허제 완화로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재차 대출을 조이고 있다. 특히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출영업에 차질이 생긴 은행권도 난감하다는 분위기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대출증가세는 평소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그럼에도 토허제 영향 등 일부 지역의 상황만으로 대출규제를 다시 강화하니 영업 측면에서는 아쉬운 것도 사실"이라고 호소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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