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초등 입학생에 국어시험?…정승윤 후보 공약에 학부모 반발

“교육도 안 받은 초등 입학생, 사교육 받고 오라는 것이냐”

초등 입학생에 국어시험?…정승윤 후보 공약에 학부모 반발
초등 입학시 국어 문해력 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정승윤 후보의 선거공약서 일부분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부산시교육감재선거 정승윤 후보의 공약 상당 부분이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실현 가능성과 효과가 의문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시 국어 문해력을,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 영어 문해력을 진단하기로 해 국가수준 교육과정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는 지적과 함께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에 선행학습을 위한 사교육을 부추길 우려가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산지역 각 가정에 배포된 정승윤 후보의 공약집에 따르면 정 후보는 ‘초등학교 입학 단계 국어 문해력을, 3학년 이전 영어 문해력을 진단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진단을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 진단 결과에 따른 조치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는 상태다. 진단이 평가이고 평가는 시험을 포함하기 때문에 결국 시험을 치르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정 후보의 공약은 현재 국어의 경우 초등학교 입학 후, 영어는 3학년 때부터 배우기 시작하는 국가수준 교육과정과 완전히 배치된다.

학교에서 국어와 영어를 배우기도 전에 진단부터 하겠다는 공약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때부터 국어를, 어린이집.유치원이나 초등 1, 2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 후보의 공약은 아동 발달 단계에 맞지 않고, 선행 학습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에게 비교육적으로 학습 부담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사교육을 조장하여 학부모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부모들의 반발도 나타나고 있다.

최진경 참교육학부모회 부산지부장은 “공교육에 첫발을 내딛는 아동에게 배우지 않은 것에 대해 진단을 하겠다는 것은 시험부터 치르겠다는 발상이지 않느냐. 초·중등 교육 현장 경험이 없는 후보라는 것을 반증한다”며 “초등학교에 오기 전에 미리 사교육을 받고 오라는 말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정 후보의 이 공약은 시대 흐름에 맞춰 생각하는 힘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전국 최초로 초등학교 객관식을 폐지한 김석준 후보와 크게 대비된다는 반응이다.

이 밖에도 정 후보의 공약 중 △동·서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한 서부산권 무상 기숙학교 2곳 신설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UN학교 신설 추진 △자기 주도형 달리기 프로그램 운영 등 상당수가 추상적이거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석준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성병창 정책위원장(부산교대 교수)은 “교육감 후보라면 국가수준 교육과정과 아동 발달 단계, 교육청의 재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분야별 급별로 공약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시해야 하는데 정승윤 후보의 공약은 초중등 교육현장 경험이 전혀 없어서 그런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상당수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