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웅 삼성서울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초기증상 없고 암세포 접근 까다로워
난치암 대표격으로 의사·환자 고민 깊어
복강경·로봇수술로 수술기법 도약
수술 후 5년 생존률 23.7%로 올라
95세 어르신도 합병증 없이 퇴원
전향적 코호트로 새 치료전략 기대
한인웅 삼성서울병원 간담췌외과 교수가 췌장암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발견이 늦어지고, 전이도 빠른데 치료 내성까지 잘 생기는 췌장암은 대표적인 난치암이다. 또 5년 상대 생존율은 16.5%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10대암 중 가장 낮은 생존율이다. 난치암의 대표격으로 꼽힌다. 이에 한인웅 삼성서울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를 27일 만나 췌장암 환자의 눈물을 닦을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공포의 췌장암, 암 공격 자체가 어려워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없다. 조기 진단 방법도 확실치 않다. 간, 담도, 췌장이 해부학적으로 한 덩어리로 뭉쳐져 있다 보니 수술도 어렵다. 다른 암들처럼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와 같이 새로운 접근법이 효과를 보이면 좋겠지만, 이 역시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기존 항암제들도 췌장 종양 미세환경 특성상 암을 공격하기 쉽지 않다. 총체적 난국이 겹쳐 환자들의 걱정이 큰 게 사실이다.
한 교수는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수술이나 항암, 방사선 치료 등이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점진적으로 개선 중"이라며 "희망은 어떤 순간에도 있기 때문에 마냥 불안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췌장암은 수술을 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는 말도 있다. 수술은 췌장암을 완치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방법이다. 췌장암 환자의 10~20% 가 수술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췌장 주변으로 주요 혈관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암이 혈관을 침범하면 혈관을 절제할 수 없으니 수술이 어렵다. 또 혈관이 붙어 있어 다른 장기로 전이도 비교적 빠르기 때문에 이 때도 수술이 어렵다. 그래도 최근에는 선행항암요법 등으로 과거에 비해 수술이 가능한 환자들도 늘었다.
■나이 많더라도 수술로 치료할 수 있어
췌장 머리 부분에 암이 생기면 췌장과 더불어 십이지장, 담도, 담낭 등을 복합적으로 절제하는 췌십이지장절제술을 시행해야 한다. 수술이 워낙 복잡해 외과 수술 중에서 손에 꼽을 만큼 큰 수술이다.
한 교수는 "수술 중 췌장 누공, 혈관 파열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어 위험부담이 크고, 수술 후에도 합병증이 뒤따라 수술하는 의사 역시 고심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80대 이상 환자들은 수술을 권유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80대 환자가 전체 췌장암 환자의 20%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수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췌장암 수술을 받은 80대 환자의 생존율, 합병증 발생을 분석했을 때도 80세 미만 환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나이 때문에 수술을 지레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개인적으로 95세 환자도 수술해 아무런 합병증 없이 퇴원하는 걸 봤다"고 말했다.
■난치암이지만 췌장암 수술법 계속 발전해
췌장암 수술은 수술법 자체의 발전과 수술 후 관리 두 가지 측면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췌장은 해부학적으로 등쪽에 가깝다. 배 안에 있지만 복막 바깥에 위치하다 보니 개복을 하더라도 그 앞에 위치한 장기들을 밀고 수술해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이 보편화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환자 부담을 줄이는 최소침습 수술을 선호하는 추세다.
환자가 수술 후 체력적으로 덜 힘들다보니 수술 후 항암에서도 좀 더 유리한 측면도 생겼다. 다른 암들과 마찬가지로 췌장암도 수술 후 체중을 잘 유지해야 생존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항암치료를 환자가 잘 따라올 수 있어서다.
삼성서울병원은 연간 약 250례 가량의 췌장암을 수술하는데, 5년 생존율이 23.7%에 달한다. 수술 후 입원 기간도 점차 단축시켜 췌십이장절제술의 경우에도 16년에는 14.4일 가량 입원해야 했다면, 23년에는 12.7일로 2일 가량 줄었다. 그만큼 환자 부담이 적어졌다.
■췌장암 치료의 발전, AI 활용 가능성도
한 교수는 "진단과 수술, 항암, 관리 등 여러 분야가 복합적으로 잘 작동할 때 환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진단에서도 췌장암의 생물학적 특성을 규명하고, 종양 미세환경을 밝혀 어떤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더 유리한지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에게 더 맞는 유리한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진단목적으로 조직검사를 해서 얻은 세포를 이용해 아바타 모델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를 이용해 수술을 먼저 하는 것이 좋을지, 항암치료를 먼저 하는 것이 좋을지 예측하고 있다. 또 수술 후 재발 역시 AI의 도움을 얻어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한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은 2009년부터 전향적 췌장암 코호트를 구축해 새로운 치료 전략을 만드는 데도 적극적"이라며 "췌장암 환자의 시름을 덜어줄 더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 한인웅 교수는? 2002년 서울대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 전임의로 수련하고 근무했다. 2016년부터 삼성서울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1년 대한외과학회 젊은연구자상, 2018년 미국경정맥영양학회 학술상, 2018년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 학술상 대상, 2019년 한국간담췌외과학회 학술상 대상을 수상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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