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외교부
[파이낸셜뉴스] 미국 에너지부(DOE)가 기술협력 제한 대상인 민감국가 리스트에 우리나라를 추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미 당국이 해제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임에도, 내달 15일 발효는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30여년 전에도 DOE 민감국가 명단에는 한국이 포함돼있었다. 1981년에 지정됐고 13년 후인 1994년 7월에야 제외됐다. 당시 민감국가 해제 협의가 담긴 외교문서가 28일 공개됐다.
1994년 1월 서울에서 열린 제15차 한미 원자력 및 기타 에너지 공동상설위원회 준비 과정이 담긴 문서를 보면, DOE가 1981년 1월 5일 민감국가 제도를 시작하면서 한국을 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감국가 관련 DOE 내부규정도 포함돼있는데, 민감기술·민감시설·보안시설 등으로 구분해 민감국가 지정국 관계자들은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민감기술은 핵무기 생산기술과 원자력 관련기술, 군사용 컴퓨터 개발 기술, 첨단기술 등이다. 민감시설과 보안시설은 핵물질 등 비밀물질 관련 시설들이다.
현재 민감국가 지정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DOE는 명확한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다만 민감국가 규정을 미루어보면 한국이 대상이 된 이유는 박정희 정부의 핵무기 개발 동향 때문으로 추측이 가능했다. 외교부 내부 검토 자료에도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1970년대 한국의 핵정책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적시됐다.
이런 인식에 따라 당시 우리 정부는 미 측에 1991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선언을 내세워 핵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부각하는 전략을 취했다. 1993년 12월 첫 한미 과학기술협력 공동위원회를 위한 관계부처 대책회의에선 “한국을 북한과 같이 민감국가로 분류하는 것은 부당하며 앞으로의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에 장애요인으로 간주된다”는 설득 논리를 마련키도 했다.
30여년 전과 달리 지금은 정부가 민감국가 지정 배경에 자체 핵무장론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미 정부도 나서 ‘보안 문제’라며 일축하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미 측에 따르면 한국은 가장 낮은 범주인 ‘기타 지정국가’로 3등급에 해당된다.
비확산과 테러 방지에 초점을 맞춘 1·2등급과 근본적 차이가 있다”며 “DOE는 신흥 과학기술 부상으로 기술지형이 변화함에 따라 기술보안을 전체적으로 검토·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30년이 넘어 비밀 해제된 외교문서 총 2506권 38만여쪽을 일반에 공개했다.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볼 수 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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